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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지자제 준비… 현장점검:1)

입력
1991.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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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자립 으뜸… 정착에 “자신감”/벌써 벽보 등장… 과열기미/총리실 직속특권 소멸 불가피/공무원 신분 「특례법」 로비 맹렬여야의 지자제 실시 일정합의에 따라 지방의회의원선거가 빠르면 오는 3월께 실시될 것으로 보여 그 동안 정치권의 이슈로만 맴돌던 지방자치제가 국민 앞에 성큼 현실로서 다가서게 됐다. 지방의회 구성에 따른 지방행정의 변화는 현재로선 전혀 예측할 수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중앙통제적 행정과는 달리 지역사회의 정책방향이 지역주민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제는 지방행정의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며 국민과 지방행정관청은 이러한 변혁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적응해나갈 것인가. 지자제 제2의 원년을 맞아 각 시도의 준비상황과 선거기류 및 달라지는 행정의 모습을 점검해본다.<편집자주>

지방자치시대의 정치1번지가 될 서울시는 올 상반기 지방의회 구성을 앞두고 시·구의회 의사당 준비를 끝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선거업무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88년 6월 한시적 기구로 발족한 본청의 지방자치담당관실과 각구의 지방자치준비반은 지방의회 구성에 대비한 실무작업을 대충 마친 상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울시 공무원들은 지자제 실시에 따른 자신들의 위상 및 행정업무의 변화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한 채 새로운 기대와 우려감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자제에 자신감을 갖는 것은 지방자치제의 활착을 좌우하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시·도 중 가장 높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시의 올해 예산은 본청이 4조원을 넘어서 사실상 1백%의 재정자립도를 보이고 있으며 구청의 경우도 종로·중구·영등포·서초·강남이 1백%에 이르는 등 평균 79.4%의 자립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의 예산지원이 없어도 독자적인 예산운용이 가능해 지자제시대가 열리면 시의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지 서울시의 행정이 합법성의 울타리 안에 안주해왔다면 앞으로의 시행정은 합리성을 추구하게 될 것』이란 시관계자의 말은 서울시가 앞으로는 정부의 일방적인 지시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마전 서울시」란 오명도 지방의회가 구성되는 올해부터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구의회가 자치단체의 예산을 입안단계서부터 승인·집행과정은 물론,사후감사기능까지 담당함에 따라 그 동안 서울시가 수조 원의 예산을 총리실의 승인만으로 떡 주무르듯 한 데서 파생된 각종 오해와 비난의 소리가 불식되게 됐다.

이같은 이유로 서울시는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자제에 대해 다른 어떤 시·도보다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책집행부서인 각국·과는 지자제 이후의 정책집행 및 조정기능에 대해 벌써부터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환영오염시설물의 설치 등 주민의 이해관계가 얽힌 각종 정책의 집행문제.

서울시가 쓰레기 분리수거와 관련,올해부터 97년까지 7개구에 설치키로 한 쓰레기 중계처리장은 92년 김포 해안 매립지 사용과 맞추어 반드시 조성돼야 할 시설이지만 구의회가 혐오시설 입주를 반대하는 주민요구를 수용,이를 저지할 경우 분리수거를 통한 쓰레기처리혁명은 사실상 실패로 끝날 공산이 커지게 된다.

시관계자는 시의회가 구간 이해관계에 대한 조정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행정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또 구의회가 세입을 늘리기 위해 각종 부과금을 신설하는 등의 세원발굴작업도 충분히 예견되고 있다.

한 예로 노원구 수락산의 경우,지금까지 국립공원이 아닌 관계로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았지만 구의회가 「서울시민 모두가 이용하면서 청소비를 노원구민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청소수거료 명목의 입장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정책대결은 민주행정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점에서 한편으로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다.

이보다 시공무원들은 과열선거의 후유증에서 비롯되는 시·구의회의 이권화 경향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연초부터 「15당 10락」이니 「10당 5락」이니 하는 말이 이미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등 이번 선거가 금권선거로 치달을 수 있는 소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임기중 선거비용 이상의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자제 실시에 따른 서울시의 위상변화와 공무원의 신분문제도 상당한 관심거리다.

서울시는 지난 62년 제정된 서울특별시 행정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조직 및 운영면에서 내무부의 지휘감독을 받아온 타 시·도와 달리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특별한 지위를 누려왔었다.

서울시는 특조법에 따라 타 시·도가 내무부의 지휘감독을 받아온 것과 달리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편입돼 독자적인 법안 건의권과 인사권 및 사업소 등 각종 기구의 설치권한 등 독특한 지위를 누려왔다.

그러나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시의 지위조직 및 운영에 관해 특례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기존 특조법이 지방의회 구성과 동시에 자동소멸되게 되어 있어 이에 따른 시의 위상변화는 불가피하다.

별다른 여건변화가 없는 한 서울시는 타 시·도처럼 내무부의 직할로 되어 내무부의 감독을 받게 됐다.

시가 특례법 제정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 중앙부처와 동등한 지위를 누려왔던 「특권」이 사라지게 된 데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공무원 신분의 위상변화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을 가릴 것 없이 서울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을 큰 이점으로 여겨왔으나 내무부에 소속되면 내무부의 인사원칙에 따라 국가공무원의 지방전출이 불가피해지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 때문에 서울시 지위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위해 맹렬한 로비를 하고 있으나 결말이 어떤 방향으로 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모두 1백32명의 의원을 뽑아 구성하게 되는 서울시의회는 곧 닥칠 선거에 대비한 자천타천의 후보자들이 각종 연고를 찾아 뛰고 있어 연말연시 계속되고 있는 혹한을 녹일 정도의 과열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시의원들은 관계법에 따라 정당공천을 받을 수 있게 돼 정국은 또 한차례 선거정국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일부 출마희망자들은 연말연시를 이용,연하장과 자신을 소개하는 인사장 등을 돌렸는가 하면 대형 플래카드와 벽보까지 붙인 인사들도 있다.

4조원이 넘는 방대한 예산을 갖고 있는 서울시와 직·간접적의 연계를 갖고 있는 재벌그룹을 비롯,대형 건설업체 등서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서울시의원선거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정치권은 1차적으로 공천자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바쁜 몸놀림을 보이고 있다.

92년의 국회의원총선과 93년 대통령선거 등 대권의 향방을 가름하게 될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전초전 내지 탐색전 성격을 띠게 되는 이번 지자제선거에 여야가 전력투구하게 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 제2원년을 맞아 특히 서울시의회의원선거에 범국민적인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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