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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새해맞이/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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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새해맞이/이유식 정치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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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초 정치인들의 신년 하례행렬에서 유달리 많이 오갔던 얘기는 단연 「간지풀이」였던 것 같다. 『지난해 정치권이 숱한 매질을 당하고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참담한 처지에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말(마)띠 해였던 탓도 있었던 것 같아. 말이 좀 사나운 동물인가. 반면 올해는 양띠 해이니까 뭔가 달라지고 달라져야겠지. 양은 전통적으로 지혜와 선을 상징해온 동물 아닌가』대강 이런 내용의 덕담을 나누는 표정들이 왠지 굳어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올해는 잘 돌아갈 것 같으냐』고 넘겨 짚는 「막연한」 질문에 『글쎄,쉽지는 않겠지…』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도 거의 예외없는 모습이었다.

양을 떠올리고 정국풍향을 요모조모 저울질하면서도 장기예보는커녕 단기예보조차 말하길 꺼렸던 게 새해를 맞는 정치인들의 소회였다.

지난해초 국민들은 「정치의 예측가능성」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거대여당의 출범을 봤다.

이후 한 해를 넘긴 지금 「주식회사 민자당」은 대주주간 그칠 날 없는 지분싸움의 결말을 남겨둔 채 지자제선거라는 사활적인 「대사업」을 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내각제 포기로 당초 지분계약이 무효화됐다』는 주장과 『대통령제로 지분계약이 새로 갱신됐다』는 입장이 여전히 맞부딪쳐 있는 여당은 그나마 4당체제 때 가능했던 불안한 정치 전망마저도 못 내놓고 있다.

『지자제를 따낸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란 자찬을 계속해온 평민당의 새해맞이는 민자당 표정과 자못 다르다.

지자제가 대권가도의 교두보를 확보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평민당은 지방의회지망생들의 분주한 발걸음에 더욱 들떠 있는 듯했다. 하지만 평민당이 내놓은 대국민 새해 정치비전을 보는 시선은 정치권에 대한 깊은 불신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올해는 6공의 남은 임기중 가장 분주한 정치일정을 겪여야 하고 그 만큼 여야간,당내 세력간 첨예한 이해대립이 노정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다툼을 해소해낼 스스로의 슬기를 모색하기보다 간지의 「효험」에 먼저 기대는 게 엄연한 정치권의 현주소다.

지자제 원년인 올해,정치권이 다시금 「양의 얼굴」로 국민들을 볼모로 삼는 퇴행적 행태를 계속한다면 거꾸로 국민은 「사나운 양치기」가 돼 이들에게 호된 매질을 할 차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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