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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선거와 운영 이렇게… 각계 20인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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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선거와 운영 이렇게… 각계 20인의 제언

입력
199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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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풀뿌리민주주의」 우리 고장살림 내손 달렸다/과열·타락땐 오히려 대립·분열 심화/도시화 중증 치유 지역경제·문화 등 활성화 기대/신「정치꾼」 배제 정직한 인사 뽑아야/주민들 투표후에도 적극 감시 필요/재정자립도·행정능률 제고 급선무30년 만에 다시 실시되는 지방자치제를 맞는 국민들은 부푼 기대와 깊은 우려를 교차시키고 있다. 주민자치의 본뜻을 살리고 지방화시대를 연다는 관점에서 지자제는 민주화의 주요과정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여야와 정국의 현주소를 생각할 때 지자제는 분열의 씨앗이 아니냐는 걱정도 만만치 않다. 또 여야협상의 산물인 지자제관련법 내용이 하의상달의 민주적 기능보다 중앙정치의 지방지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명의 사회 각계 인사들로부터 지자제의 인상과 현실에 대한 견해를 들어본다.

▲유치송씨(구민한당 총재)=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를 앞두고,정부의 사전준비가 미흡하지 않은가 걱정된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서울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점이나,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기능 분담 등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 점 등은 지자제 실시에 앞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벌써부터 사전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자금이 살포되는 선거풍토에서는 유능한 인물이 당선되기 어렵고,금권으로 당선된 인물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종건씨(전 법제처장)=지자제를 통해 건전하고 다양한 시민 정치문화가 새로이 형성되고,우리 민주주의의 뿌리가 더욱 공고해지리라 믿는다. 특히 중증상태에 이르게 된 도시화현상을 벗어나서 경제·교육·문화 등이 지방에서도 고루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선거가 타락할 경우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되며,선거운동의 과열로 대립과 분열이 조장돼 상부상조의 지방공동사회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임운희씨(변호사)=지자제는 국민들의 억눌려온 참정욕구의 분출구를 트고 중앙정부에 통제돼 온 지방행정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까지 지방행정은 공무원의 상명하복식 체질,재정취약 등 요인으로 인해 각 지역특성에 따른 균등한 지방발전 목표와는 거리가 먼 채 중앙정부의 지시를 집행하는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 확충,인근 주민들간의 대립마찰,지방의회 내부의 당파싸움 등 문제가 산적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공명선거 풍토조성과 행정의 능률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한기찬씨(변호사)=1990년의 정치는 패권다툼으로 국민에게 불신·허무·환멸을 주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지자제의 과열·타락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전운동 배제를

그러나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돈 쓰는 사람,선거법 위반자,이권을 노리고 뛰어드는 정치모리배들을 심판하고 애향심에 불타는 정직한 인사들로 지방의회를 채운다면 한국의 정치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자제선거는 부정과 타락으로 얼룩진 고질적 선거풍토를 주권자의 힘으로 개혁해낼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제 공은 국민의 편으로 넘어왔다.

▲이광환씨(한국노총 정치국장)=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분적이나마 시행되는 것을 환영한다. 이번 실시되는 지자제가 중앙집권적 권력구조를 지방분권화하는 데 미흡한 점이 있지만 정치·사회민주화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또한 노동자들도 참여를 통해 위상이 제고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국민대중의 이익이 우선되는 정치풍토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자제선거를 당세 확장과 차기 집권구도의 일환으로 여기는 기존 정당과 정치인의 행태는 큰 문제점이다. 특히 지역감정의 심화가 우려된다.

○충격 최소화해야

▲황승민씨(중소기협중앙회장)=지자제가 실시되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착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지역간 균형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막대한 선거자금이 살포되어 물가불안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며 또 선거로 인한 온갖 선심공세와 무분별한 선거공약 등 혼탁한 선거분위기로 사회안정을 크게 해쳐 기업의 투자의욕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근로자가 선거운동에 동원되는 경우가 있어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노사안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충격이 최소화되는 선에서 치러졌으면 한다.

▲유종성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30년 만의 지자제 실시로 풀뿌리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게 하려면 중앙정부가 부단체장임면권이나 예산지원 등을 통해 지방정부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되며 지역주민 또한 선거 때 한 표 행사에만 그치지 말고 지자제 실시에 있어 주체적인 참여와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막대한 선거자금 살포와 금권·타락 선거 등의 부정적 요인에 대해서는 이를 성숙한 유권자 의식으로 극복하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금권·타락선거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범시민운동의 전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범시민운동 필요

▲김태겸씨(총무처 조직2과장)=민주주의의 기본이랄 수 있는 지방자치제가 내년 상반기 지방의회 구성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하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를 계기로 지역주민 의사가 지방정책 결정에 심도깊게 반영돼 국민의 행정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지고,행정서비스의 수준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상 잘못이 있는 경우 성과보다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행초기의 국력낭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민은 감시역할을 증대해야 할 것이다.

▲손봉숙씨(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지자제는 처음부터 제대로 자리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능한 사람을 올바로 뽑을 수 있는 공명선거가 이루어져야 하며 지방의회 참여자는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추어야 한다. 그 동안 정치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여성들도 능력과 뜻이 있다면 과감하게 참여했으면 한다. 지자제는 생활행정을 다루는 것이며 여성의 일상적인 삶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여성의 능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분야이다. 단지 주민복리를 다루는 지자제가 이권개입 등 정치의 장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통일의 발판삼자

▲박효식씨(동서증권 상무)=지방자치제선거 실시는 증시에서는 일단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거의 경험상 선거와 관련하여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게 되면 이 돈들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금융권으로 유입되게 되므로 증권시장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과정을 통해서 지역개발관련 공약이 남발되면 최근 겨우 안정세를 찾고 있는 부동산 가격을 또다시 부추기게 돼 지자제선거가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신종씨(코오롱 상무)=지자제 실시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진통과 갈등의 시간이 보다 나은 결실을 위한 기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독일의 경우,지방자치제 실시는 스스로 뽑은 지방자치단체의 의회가 자신들을 통치하게 된다는 믿음을 갖게 하였으며,결국 이것이 통일독일을 앞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작년 한 해 우리가 어렵게 얻어낸 지자제 실시에의 합의가 독일의 경우처럼 훌륭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정치권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5면에 계속> <4면에서 계속>

▲심양섭씨(한국권투위원회 부회장)=지방자치제선거가 실시되면 마을간 또는 씨족간 대립 및 갈등이란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가뜩이나 지역감정 문제가 심각한 우리의 정치현실에 이같은 부작용이 정치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올바른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우리 국민이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의 특수성,자기 고장의 일에 자신이 직접 참여한다는 지방자치제는 자기 자신이 주장할 권리보다 의무에 충실한다는 토양만 마련되면 한국정치에 훌륭히 뿌리박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태 용납 못한다.

▲김병익씨(문학평론가)=60년대 군부정권이 들어서면서 소멸되었던 「풀뿌리민주주의」의 싹인 지방자치제가 다시 실시된다는 점은 우선 반가운 일이다. 지방자치제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정치인의 훈련과정으로서 뿐만 아니라,지역의 합의가 상달되어 정책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참된 민주주의 과정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현실적인 면에서 선거열기의 과열로 인한 부정적 측면과,지방재정자립에 대한 준비여부 등 우려되는 점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후보자 선출에 있어서도 어떤 형식으로든 지방대의원이 자치단체의 후보를 선출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부영씨(재야인사)=지자제가 30년 동안이나 유예됐다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슬픔이다. 지자제 유예는 결국 그 동안 몇몇 상층부 인사들에 의해 정치가 좌지우지돼 왔다는 파행적 정치양상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지자제는 당연히 와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야당이 지리멸렬한 이 시기에 지자제가 실시된다는 점이 우려되는 사항이다. 분열중인 야당이 지자제선거에서 소기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그 동안 여권이 행한 숱한 과오들이 정당화될 가능성마저 있다.

▲이중재씨(서울 혜화여고 교사)=중앙집권제에서 벗어나 주민의 자율에 따라 살림을 꾸려나가게 됨으로써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의회 지망자들이 진정으로 정치발전을 위해 희생하려는 사람보다는 자격이 없는 졸부들이 많아 자칫 금권정치로 타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벌써부터 출마 희망자들이 선물을 제공하는 등 금품 공세가 많아 과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정치판 경계

현재의 교육을 교육부와 교육위원회가 독점하고 있어 현장실정과 많이 동떨어져 있는데 지자제와 교육자치제 실시로 우리 교육을 대폭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장석씨(MBC 교양제작국 PD)=지방자치제의 실시를 통해 중앙집권적 체제를 탈피,정치권력의 분산과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정책시행이 가능해지리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지방정치무대가 비정상적이고 부정적인 기존 중앙정치무대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지망생들이 각 정당의 실력자들로부터 공천을 받아내기 위해 은밀하고 치열하게 사전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질적 병폐인 지역감정이 심화될 수도 있다. 지방선거를 중앙정치무대 진출을 위한 예선전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과 엄청난 선거비용도 문제이다.

▲배현수씨(제과점 운영)=지자제는 지역주민의 사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를 유도,보다 활력있고 민주화한 사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의식수준이 선진화 함에 따라 지자제 실시는 시대의 대세인 것으로 여겨지며 기존의 정치행태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소외층 참여확대

30년 전 지자제 실시 경험으로 보아 혼란·부패상을 우려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를 극복할 만큼 충분히 사회분위기가 성숙됐다고 보며 지자제를 통한 탄력적 사회환경은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활력을 줄 것으로 믿는다.

▲이문자씨(가정주부)=지역문제는 남성보다 여성,특히 가정주부들이 보다 잘 알기 때문에 지자제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보다 용이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이를 환영한다.

그러나 여성쿼타제 등 실제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보장책이 없는 것이 유감스럽고 이 점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저소득층·저학력층 등 소외된 집단의 참여를 촉진시킬 정치가 따로 마련되지 않으면 지자제가 오히려 여권과 기득권층의 지배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재현씨(22·서울대 물리3)=지자제는 국민들의 지방행정에 대한 참여의식을 고양시키고,지역주민들이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민주적으로 수렴해 실현해나갈 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고 있다.

지자제로 인해 국민의 정치경험이 확대되고 민주주의 발전도 가속화되리라 본다. 그러나 아직 지방행정기관의 재정자립도가 취약해 이러한 긍정적 측면이 사장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또 과거와 같은 금권선거가 되풀이돼선 안 되며 지방실정에 맞는 정책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정책대결 펼쳐야

▲박진호씨(27·서울대 국사4)=지자제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고무시켜 중앙집권적 행정만능주의를 견제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의 실현을 보장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선거풍토상 지방의회의원선거 역시 공약이 남발하고 10당 5락의 타락선거가 될 가능성이 짙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그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지방의회 의원의 자질이 어떨는지 무척 염려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이제까지의 지자제에 대한 여야협상 타결과정에서 보듯이 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을 내세운 정당정치의 폐해만 극명하게 노출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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