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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새해 정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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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새해 정국:1)

입력
1991.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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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대권 판가름” 여야 총력태세/여 내각제 재추진·야 신당과도 맞물려/지역감정 심화 우려속 벌써부터 잡음91년 정국에 대한 기대와 전망은 혼돈과 갈등 속에 바람잘 날 없었던 90년 정치에 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 90년 정국도 정국운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5공청산 문제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국회 세밑 증언으로 외형적이나마 가닥을 잡자 전향적 기대 속에서 출발했었다. 그러나 90년 정국은 철저한 기대의 무산으로 귀착되었고 그 결과는 치유불능상태에까지 가버린 정치에 대한 불신이었다.

새해를 맞아 정치권은 한결같이 신년 정국에 대한 희망감을 피력하고 있다.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지자제가 부활되고 각종 개혁입법이 마무리돼 활기찬 민주시대를 개막하는 역사적 의미의 해가 될 것』이라 말했고 김대중 평민당 총재는 『올해는 우리 정치의 내일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로 지자제선거와 개혁입법을 통해 민주주의의 토대를 튼튼히 닦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새 정치 태동의 계기로 잡고 있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30년 만에 부활되는 지자제선거이다. 지자제 실시에 대해 정치권의 한 고위인사는 『90년 정치가 3당합당 등으로 인해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제 실시 하나만으로도 이같은 역기능을 한꺼번에 만회했다고 본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인사는 『지자제 실시로 인해 우리 정치는 이제 더 이상 퇴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일부에서 과도기적 시행착오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우선은 실시 자체에 의미를 두어도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로 예정된 지자제선거가 90년 정치가 남긴 부의 유산을 과연 어느 정도 씻어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되겠지만 이번 선거가 갖는 중차대한 의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여야는 벌써부터 당체제를 선거체제로 바꿔 총력태세에 들어갔고 선거결과는 91년 정국은 물론 92년에 잇달아 예정돼 있는 14대 총선·지방자치단체장선거 그리고 내각제개헌이 되지 않을 경우의 대통령선거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3년 대권의 기초적인 향배가 이번의 지자제선거에서 판가름난다고 볼 수 있다.

93년까지 멀리 갈 것도 없이 선거결과는 당장 여야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선 김 민자대표는 지자제선거에 대한 여권의 총책임자 위치에 있고 김 평민총재는 자신의 대권구상은 물론 야권의 행보까지 이번 선거에 연계시켜놓았다.

이번 선거는 지자제가 30년의 우여곡절 끝에 부활됐을 뿐 아니라 선거운동이 과열되게 마련인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지역감정의 철옹성이 버티고 있는 데다 지자제선거에 쏠리고 있는 엄청난 정치적 수요를 감안하면 선거에 대한 우려가 무리도 아니다.

여야는 이번 선거결과가 지역감정의 골을 심화시키고 정치의 붕당화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교차 「정책지구」 설정 등의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으나 그 성과는 미지수이다.

민자당의 경우 공천심사가 있기도 전에 호남지역 위원장들이 광역의회 공천무용론을 펴고 나온 것 등은 주목해봐야 할 대목이다. 평민당은 영남지방 등의 취약지역에서 직접 후보를 내는 것보다는 참신한 무소속 후보 등을 지원한 뒤 입당시키거나 당선자 수보다는 득표율 제고를 통해 상징적 교두보 확보를 노린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지만 구체적 성과는 지켜볼 일이다.

이번 선거가 장·단기적으로 지니고 있는 중요성 때문에 지자제선거가 내고장 일꾼을 뽑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당리당략에 의해 혼탁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고 나오고 있다.

여당은 조직·자금 등의 우세를 십분활용해 지자제선거를 승리로 이끈 뒤 이를 3당합당의 당위성에 연계시키려 할 것이고 야당도 역으로 3당합당에 대한 비난을 선거쟁점으로 부각시켜 반사이익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여권이 설정해놓은 「3당합당의 정국구도」 부활이 시도될 수도 있고 차기 수권을 노린 야권의 초기 총공세가 가속화될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3당합당의 정국구도」에 포함돼 있는 내각제개헌 문제와 김 민자대표의 여권 후계자 지명여부 등이 선거결과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야권이 야권통합에 대한 대안으로 설정해놓은 범야신당 창당여부가 선거결과에 따라 판가름나게 됐고 정권차원의 공세 강도 역시 선거결과에 따라 부침을 계속 할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정치권의 신풍을 주장하는 세력들,즉 여권의 세대교체론자들이나 야권의 비평민당 세력들은 지자제선거를 계기로 삼아 활발한 정계개편 주장을 펴려들 것이고 이 경우 주요 표적은 김영삼·김대중 두 김씨로 상징되는 「구체제」가 된다.

정치권은 새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국민정치의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표현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민주화를 기치로 내걸고 6공이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국민정치시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91년은 앞으로 93년까지 잇달아 있게 될 수차례의 선거를 처음으로 시작하는 해여서 그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하겠다.

그리고 91년 정치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느냐는 앞으로의 국가적 진운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다.<이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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