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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은둔청산·서울귀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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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 「은둔청산·서울귀환」 표정

입력
1990.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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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밝은 표정… 마중객과 악수/경비삼엄… 주민들과 실랑이도/불교신도·주민환영… 「전직」 몰려들어/하산예불 취재진 몰려 비공개로 진행○…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여사가 백담사 은둔 7백69일 만인 30일 하오 2시께 이웃주민과 불교신도들의 환영 속에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사저에 귀환했다.

전씨 내외는 이날 상오 9시께 은둔지였던 백담사를 출발,5시간 만에 연희동 사저에 도착하자 기쁜 모습을 감추지 않으며 환영나온 주민들에게 『고맙습니다』고 인사.

○…전씨 내외가 탄 승용차가 연희동 사저 골목으로 들어서자 길 양옆에 서 있던 주민 불교신도 수백 명이 「가깝고도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수연이 할아버지 할머니 환가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함께 들고 마중.

전씨 내외는 주민들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답례. 이어 차에서 내린 전씨 내외는 전직 의원 주민 불교신도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

이때 주민들이 1m 간격으로 늘어선 경찰저지선을 밀치고 들어가려 하자 경찰이 이를 저지해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노 대통령 화분 보내

○…이날 연희동 자택입구에는 이한동·정동성·권해옥·이학봉·강성모·이원조 의원 등 민자당의 민정계 의원과 권정달·김숙현·정선호·유상호·조기상·김정례·이대순·홍우준·박익주·김종천·우병규·유흥수·이상희·김정남·이용택·전병우·이해원·왕상은·조상래·김종호·김재호·한갑수 전 의원 등이 몰려와 전씨 내외의 서울 귀환을 지켜봤다.

또 전국 각료로는 이원홍 전 문공·김용갑 전 총무처 장관·김주호 전 농림수산부 장관 등이 모습을 보였고 청와대에서는 김영일 사정수석이 찾아와 전씨 내외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씨는 이날 마중나온 전·현역 의원과 전직 각료 등 1백여 명과 악수를 나누며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고만 인사하면서도 김정례 전 의원에게는 어깨를 두드리기도.

노태우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40분께 「송구영신」의 글귀를 써넣은 난초화분을 연희동으로 보내 전 전 대통령의 귀환을 축하.

○주민,국밥 등 대접

○…주민들은 골목입구 어린이놀이터에 막걸리와 국밥 등 간단한 음식을 마련해놓고 전씨를 기다리던 불교신도와 이웃들을 대접.

경찰은 이른 아침부터 전씨집 주위에만 3개 중대 4백여 명의 병력을 배치했으며 연세대 앞 등 통과지역에도 7개 중대의 병력을 동원,만약의 사태에 대비.

전씨집 주위를 경비하던 경찰은 전씨 도착이 임박해지자 전씨집으로 통하는 골목을 모두 차단하고 길가에 1m간격으로 늘어서 주민들의 접근을 사전 차단.

전씨가 사저로 들어간 뒤에도 주민 등은 1시간여 동안 골목 등에서 전씨의 귀경을 놓고 얘기를 나누다 흩어졌고 환영나온 전·현역 의원과 전직 각료들도 돌아가 연희동 주변은 다시 정적에 싸이는 모습.

○…전 전 대통령 내외는 이날 상오 9시 정각 서울2두6759 은황색 그랜저승용차로 백담사를 출발,인제­홍천­양평­교문리­워커힐호텔 앞­88도로 등 2백여 ㎞를 달려 연희동 자택에 도착.

전씨 내외는 이날 백담사 일주문을 나선 뒤 용대리,원통,인제 및 홍천읍내 등에서 연도에 환송 나온 주민·불교신도·스님들을 위해 차에서 내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고 인사했으며 양평 근처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가족 및 측근들과 점심을 함께하기도.

○취재진에 부딪치기도

○…전씨는 이날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새벽 4시에 부인 이씨와 함께 새벽예불을 한뒤 상오 8시에는 대웅전인 극락보전에서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 주재로 가족·친지·측근들과 서울 조계사 및 강원도 인근 사찰에서 모여온 1백여 명의 스님들과 함께 하산 예불을 올리며 귀경에 즈음한 심경을 정리.

하산 예불이 끝난 상오 8시40분께부터 백담사 경내가 보도진에 공개됐는데 이때 전씨측은 「서울귀환에 즈음하여 국민여러분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하산 성명을 발표.

전씨는 자신을 에워싸는 기자들에게 『수고가 대단히 많다』며 먼저 말을 건넸고 1백여 명의 취재진이 취재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전씨 내외도 다소 부딪쳤으나 시종 웃음을 띠며 환한 표정.

검은색 코트에 흰색 머플러를 걸친 전씨는 역시 검은색 코트에 머플러를 목에 감은 부인 이씨와 함께 백담사 경내에서 여신도 2명으로부터 각각 꽃다발을 건네받은 뒤 일주문 앞에 대기중이던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곧바로 절 앞 수심교를 건넜으며 곧이어 안현태 전 경호실장,이양우 변호사,2남 재용씨 등 가족들이 탄 승용차가 차례로 하산.

이날 백담사측은 당초 상오 8시의 하산예불을 공개하려 했으나 취재진이 일주문 밖에서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경호팀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개를 취소했으며 전씨의 하산성명도 기자회견 대신 유인물로 대체.

○용대리서 주민과 악수

○…전씨 내외는 백담사 입구 용대리 외가평교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곳 주민 30여 명의 모습을 보고 하차,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 주민들은 전씨 내외의 손을 잡고 『그 동안 고생많았지요』라고 인사를 건넸고 전씨 내외는 거듭 『감사합니다』고 답례.

홍천읍내에서 전씨 내외는 다시 차에서 내려 환송 나온 안양사·수타사·호국사 주지스님과 신도들에게 큰 소리로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손을 흔들며 답례.

○…전씨 일행은 상오 11시50분께 파라다이스호텔에 도착해 점심식사.

이날 파라다이스호텔에는 연휴를 맞아 관광객들이 평소보다 많이 붐볐는데 2백여 명의 관광객들이 전씨 내외의 모습을 보려고 몰려들어 크게 혼잡.

낮 12시30분께 식사를 마친 전씨 내외는 식당문 앞에서 일부 관광객들과 악수를 나눈 뒤 서울 연희동 자택까지 시속 1백∼1백20㎞의 속도로 논스톱 행진.

○가건물 5채 철거예정

○…전씨 내외가 하산한 뒤 거처였던 백담사 만해당은 그 동안 사용했던 침구 등 가재도구만이 남아 전직 대통령 부부의 2년여 산사 생활을 쓸쓸히 설명.

두 사람의 침실로 사용됐던 만해당의 가운데 방에는 이불 2채와 베개,소형비닐옷장,거울 1개와 소형철제선반 1개가 남아 있었고 응접실로 이용됐던 옆방엔 의자 2개가 탁자를 가운데 두고 나란히 비치. 이 방에는 또 등받이 없는 3인용 의자와 TV수상기 1대도 함께 놓여 있어 전씨 부부에게 세상소식을 전해주는 구실을 한 듯.

특히 전씨 내외의 방 벽에는 「1일 다섯가지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고맙습니다 하는 감사의 마음,미안합니다 하는 반성의 마음,덕분입다 하는 겸허의 마음,제가 하겠습니다 하는 봉사의 마음,그렇습니다 하는 유순의 마음」이라는 구절이 쓰여진 유리액자가 걸려 있기도. 만해당은 강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사방내벽을 두꺼운 비닐로 감쌌으며 뒤편에는 욕조도 없이 커다란 대야 1개와 좌변기 1개만 놓인 2평 남짓의 욕실이 위치.

백담사측은 전씨를 위해 설치했던 체력단력장 및 배회장,임시숙박소 등 5∼6채의 가건물을 곧 관계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철거할 계획.

전씨 내외의 음식수발을 2년여 동안 해온 윤순길씨(65·여)는 『전 전 대통령 내외가 떠나고 나니 정말 섭섭하다』며 『그분들은 기거하는 동안 특별히 별다른 음식을 주문치 않고 텁텁하게 지냈으며 주로 김치·상추·된장찌개 등을 즐겼다』고 소개.

○산사 겨우살이 준비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초 올 겨울을 백담사에서 나고 내년 봄에 하산할 계획으로 겨우살이 준비를 다 했을 뿐더러 환갑잔치도 이곳에서 치를 계획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백담사의 홍천 총무스님(40)은 『전씨 내외는 올 겨울을 백담사에서 그냥 지내기로 작정하고 월동준비를 다 갖췄으나 노 대통령의 연내 하산 의망소식이 전해진 후 전씨가 주위 사람들과 불교계 원로스님들의 조언에 힘입어 하산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산사생활에 감사표시

○…전씨는 지난 29일 밤 만해당에서 스님들과 차를 나누며 『노 대통령을 비롯,입산을 하도록 배려해준 여러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만약 내가 이곳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이처럼 값진 새 삶을 알지 못하고 말았을 것』이라며 산사생활에 감사를 표시했다고.

전씨 내외는 처음 백담사에 왔을 때 전혀 준비없이 겨울을 보내느라 고생도 많이 했으나 1년 후부터 경전을 깨우치고 교리에 눈을 뜨자 새로운 삶의 진리를 터득,심신에 평온을 찾아갔다고 밝힌 홍천 스님은 『전씨의 근엄한 모습에 범접하기가 어려울 줄 알았으나 자상하고 대하기가 편한 사람이었다』고 함께 생활한 2년간을 회고했다.

홍천 스님은 『전씨는 지난번 자기를 찾아왔다 돌아가던 대구공고 후배 부부 21명의 교통참사 소식을 듣고 상심한 나머지 다음날 입술이 부르트는 모습을 지켜보고 안타까웠다』고 했다.<정병진·이영성 기자>

◎전씨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저는 오늘 지난 2년여 저희 내외가 의탁해 살아온 백담사를 떠나 서울로 돌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연내에 하산하여 연희동 옛집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 대통령과 여야 정치지도자의 의사를 존중함은 물론 언론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의견과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면서 심사숙고한 끝에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희 내외가 정든 옛집에 돌아갈 수 있기까지 그 동안 따뜻한 위로와 깊은 배려를 베풀어 주신 국민 여러분에게 심심한 사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특히 저희 내외의 갑작스런 백담사 생활을 주선해주시고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불교계 지도자와 신도 여러분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인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앞으로 저는 88년 2월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평화적 정부이양을 실현하고 한 사람의 서민으로 돌아오던 때의 보람을 간직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끝으로 신미년 새해를 맞이하여 국민 여러분에게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1990년 12월30일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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