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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의 실세화/새 가족법 조화있게 정착돼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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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의 실세화/새 가족법 조화있게 정착돼야(사설)

입력
199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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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개정된 가족법이 시행돼 국민들의 생활도 새 법률에 따라 여러 가지 변화를 맞게 되었다. 가족법이란 신분관계를 규정하는 기본법이기 때문에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전통의 계승과 밀접한 관계가 있게 마련인 것이다.새 가족법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남녀불평등 요소를 대폭 개선,여성들의 법적 지위를 높인 점이다. 지금까지 가부장적 권위와 남성본위로 이어져 온 우리 사회가 전근대적인 전통의 고리에서 많이 벗어나 민주적 평등사회의 현실을 대폭 수용하기에 이른 셈이다. 여성들은 새해부터 친족범위 상속 자녀양육권 등에서 사실상 평등권을 누리게 됐다.

이 때문에 지금껏 가부장적 전통과 인습에 젖어 있던 남성들에게는 달라진 세상을 이제야말로 실감,옛 사고방식을 바꿔 현실에 적응할 필요가 앞선다. 아울러 여성들도 달라진 새 지위에만 안주할 게 아니라 새 가족법의 평등정신에 걸맞게 지금까지의 소극·의존적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현실참여는 물론이고 무거운 책임도 함께 떠 맡는다는 각오와 자세를 보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회나 국가가 어찌되든 남편에 매달려 집안이나 꾸려가고 퇴영적인 치맛바람이나 일으켰던 과거의 잔재를 이제야말로 말끔히 청산할 때이다.

아직도 새 가족법에는 유명무실해지긴 했지만 호주제가 남아 있고,사후 양자제 및 데릴사위규정,동성동본금혼 등 여성계로 봐서는 못마땅한 인습조항이 남아 있다는 불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국 유림을 비롯,전통적 가치의 존속을 주장하는 계층에서는 새 가족법이 여성단체들의 요구에 밀려 오랜 전통을 짓밟는 방향으로 졸속개정되었다며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전통윤리나 인습은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되고 생활화된 것이어서 법률만으로 하루 아침에 고치기는 어렵게 마련이다. 여성들의 평등주장도 광복 후 반세기가 가까워서야 반영되기에 이른 것임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법률도 다른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이상과 현실이 섞인 조화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것이고 보면 누구에게나 두루 만족을 줄 수도 없다. 새 법도 유림측에서 보면 전통을 무시하며 지나치게 현실을 확대반영한 것이 되고,여성계에서 보면 아직도 시대정신에 미진한 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유림측이 여성계와는 정반대로 마땅치 않다고 지적하는 호주제도의 실질적인 실종,계모­적모의 인척화,사후 양자제도 폐지와 타성 양자제도 신설,상속분의 산술적 균분화도 아직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가 있는 것들이다.

앞서 지적한 이런 저런 이유로 새 가족법의 새해 시행은 국민 모두의 생활에 조용하면서도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파문이기도 하다. 법이란 생활의 규범과 테두리를 최종적으로 규정한 것이므로 법 이전에 사회관행이나 인습과 도덕 쪽이 실제로는 생활에 더 가깝다. 때문에 새 가족법의 시행도 전체적인 조화 속에서 무리없이 정착되어가야 하는 것이고,각 계층도 변화에 걸맞는 각오와 자세를 두루 갖춰야 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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