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씨 여권 가세여부등 “정치난수표”/5공축 불가피… 당분간 독자활동 피할 듯/전씨 예불 뒤 백8번 절하며 마지막 밤 보내○…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산은 신년정국에 어느 정도의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2년간 은둔생활을 끝내고 연희동 사저로 복귀하여 조용히 지내더라도 그 동안 흩어졌던 5공 인사들의 구심점을 이루며 여권의 한 외곽세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동안 전씨 측근들이 말했듯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정치문제와 절연하고 지낸다면 하산 이후 정치적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91년에 전개될 정치권의 난기류를 감안할 때 전씨 측근과 5공 인사들의 움직임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소위 5공권 인사들이 정치적 영향력행사를 구체화할 경우는 「5공」과 「6공」과의 미묘한 기류,민자당내의 갈등에 이어 야권까지도 가세된 복잡한 정치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권익현 권정달 장세동 허문도씨 등을 중심으로 한 5공 인사들은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노려왔기 때문에 전씨의 하산을 계기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노태우 대통령으로서는 이 같은 5공 인사들의 정치적 행보가 상당히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씨의 하산을 계기로 5공세력이 독자적인 역할을 하기보다 민자당에 들어가거나 민정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의 정치활동을 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부 재야를 제외한 평민당 등 야권은 전씨의 하산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전씨가 하산하더라도 결코 정치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고 전씨측도 그러한 자세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씨의 하산은 그 자체가 정치권에 폭넓은 파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7백67일 만에 백담사를 떠나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는 출발 전날인 29일 밤을 간단한 「가족예불」로 지냈으나 교차하는 만감을 잊을 수 없는 듯 거처인 만해당 주변에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고 백담사측 관계자가 전언.
전씨 내외는 이날 저녁 서울서 내려온 가족 및 측근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뒤 밤 9시부터 자정께까지 계속된 예불에 참석. 이날 예불은 서울서온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의 주재로 김도후 백담사 주지 및 주로 강원도 사찰의 주지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
천수경 낭독과 함께 시작된 이날 법회는 서 총무원장의 『2년여의 예불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모든 것을 용인하는 새로운 삶이 되도록 하자』는 설법으로 끝맺었는데 전씨 내외 및 가족들은 별도 언급이 없었다고 사찰관계자가 전언.
한편 전씨 내외는 예불이 끝난 뒤 자정께 다시 대웅전 극락보전에 나와 1백8번의 절을 하며 하산에 대비한 마음을 가다듬기도.
○…이날 밤 거행된 「가족예불」과 30일 하산 직전에 열릴 아침 예불에 참석키 위해 이날 전국 각지의 스님들도 속속 「집결」 하는 모습이었는데 상오엔 속초 낙산사의 마건 총무스님 등 4명의 스님이,낮 12시30분께엔 신흥사 혜법주지와 오대산 월정사 도명주지가 백담사에 들어갔으며 하오 1시께엔 경기도 여주에서 모수암기도원 원장이 3명의 신도와 함께 입산. 이들은 한결같이 『전 전 대통령의 하산을 축하해주러 왔다』고 언급.
○…30일 전씨 내외가 상경할 행로를 놓고 관계자측은 「극비」를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12월31일 국회청문회에 참석키 위해 상경했던 인제홍천춘천남양주 코스를 이용할 것이란 추측. 비록 홍천춘천간 국도가 길이 험하긴 하지만 춘천서울간 교통사정이 좋고 도로도 왕복 4차선이어서 「호위」에 편리하다는 지적. 그러나 양평을 경유하는 남쪽 국도 쪽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충분한 사전경비에 들어갔다고 관계자가 전언.
한편 이날 새벽부터 전씨의 하산과 측근·가족들의 입산에 대비,건설부 강릉 국토유지 건설본부와 인근 군부대는 도로정비작업에 착수,백담사 일주문 앞 수심교에서 원통·인제에 이르는 30여㎞를 제설차·모래차 등을 이용해 다듬는 모습.
○…한편 이날 용대리 입구에는 「환송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분 서울 귀환」이라는 대형 플래카드가 「조계종 제3교구 대중 일동」과 「백담사 신도회」 이름으로 걸려 눈길.
○…이웃 백담사 주변을 경호·경비하던 관계자들은 전씨의 하산소식에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았고 해서는 안 될 얘기도 많았다』면서 감회를 정리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들은 전씨 내외가 하산한 30일 상오 9시 직후 3개 초소 및 3백명 정도의 「병력」을 철수시킬 준비에 착수.
이들은 당장 내일 용대리 매표소 옆에 설치한 알루미늄 섀시로 된 초소를 인근부대나 경찰서로 옮길 것이라고 얘기하면서 한결같이 홀가분해 하는 듯한 인상.<백담사=정병진 기자>백담사=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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