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던 시절 터전”… 매년 2차례 주민에 선물/생필품·장학금등 각종 지원… “부끄러울 뿐”/살던 집도 탁아소 기증… 자신은 노모와 전세아파트에어려운 시절에 살았던 달동네를 17년째 돕고 보살피는 사람에게는 불우이웃돕기나 선행이 연말의 행사가 아니라 일상생활일 뿐이다.
서울 도봉구 미아7동 주민 4백여 명은 이 동네에서 자수성가해 나간 「최 사장」의 칭찬으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마감하고 있다.
『추석 땐 라면 1상자씩 받았는데』 『최 사장이 만든 탁아소 덕에 맞벌이부부들이 마음놓고 출근한대요』 『대학 다니는 민씨집 딸은 지금도 장학금을 받는다지…』
주민들은 자신들에게 쌀 한 말씩을 나눠준 중소기업체 나토상사 대표 최호씨(47·서울 성동구 광장동 극동아파트 2동 105호)를 입을 모아 칭찬하고 있으나 최씨를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난 26일 통반장들이 쌀을 나눠주는 것을 뒷전에서 지켜보던 최씨는 사진찍기도 사양하다 주민들의 성화로 마지못해 쌀을 전달하는 모양을 갖췄다.
고향 경주에서 중학교를 나온 뒤 부산에서 고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인 최씨는 쌀을 안고 부자가 된 것처럼 기뻐하며 돌아가는 주민들을 보며 『제가 한 일은 너무 보잘 것 없어 부끄럽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얘기를 조각조각 짜맞춰보면 최씨는 이 동네에 절대적인 은인이다.
최씨는 68년 경주에서 상경,형(51)의 염색관계 사업을 거들며 광화문 신촌 등지를 떠돌다 71년에 이 동네 851의10 10평짜리 사무실 겸 살림집에 세들어왔다. 연탄도 없이 한겨울을 나거나 매일같이 굶고 살던 그때 최씨는 『돈을 벌면 죽을 때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최씨는 사업이 자리를 잡아가던 74년 12월 연탄 6천장을 주민들에게 나눠준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17년째 추석과 연말 두 차례씩 선물을 주었고 사업의 성장에 따라 지원대상도 늘려갔다.
이어 78년에 중학생 2명에게 등록금을 대주면서 장학사업을 시작,83년 「미아장학회」를 만들었고 올해 중고생 23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등 이 동네 학생 2백여 명의 등록금을 해결해주었다.
83년에 동대문구 답십리 5동 490의12로 사무실을 옮긴 뒤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지난해 9월에는 달동네에서 살던 집 70평을 4천여 만 원을 들여 탁아소로 개조해 내놓았다.
현재 전세아파트에서 노모(76),부인 황귀호씨(45),2남1녀와 함께 사는 최씨는 직원 80명 연간매출액 50억원을 넘는 연료생산업체의 사장이다. 그러나 달동네주민들이 최씨를 잘 모르듯 가족과 회사직원들은 그의 선행을 잘 모르고 있다. 26일 최씨와 함께 달동네에 갔던 나토상사 부사장 박대일씨(54)도 『사장님이 이런 분인 줄 몰랐다』며 『회사경영이 가끔씩 어려워지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달동네주민돕기 외에 벽지학교 돕기 등 많은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문을 내지 않는 사람이다. 이름을 알리고 자랑거리 미담을 생산해내는 일은 남들에게 맡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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