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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마찰 미 언론 “여론공세”/WP지,만화등 게재… 본격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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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마찰 미 언론 “여론공세”/WP지,만화등 게재… 본격개입

입력
199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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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추방 「정부서 주도」 단정/UR등 겹쳐 미 전역 확산기미/우리 정부 “심상치 않다” 인식… 통상외교등 대책 부심한미간의 통상마찰이 새해 들어 심상치 않은 상태로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정부는 이달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결렬된 직후부터 한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해 왔다. 지난 주말 도널드·그레그 주한 미국 대사는 한국이 「과소비억제운동」이란 미명 아래 미국상품 불매운동을 계속할 경우 이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9일에는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 TV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외제사치품수입 반대운동을 중단하고 무역을 자유화하지 않으면 한국에 대해 무역보복을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주목할 것은 지금까지 정부차원에 머물렀던 미국의 대한 강경입장이 미 언론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언론의 가세는 한미간의 무역갈등을 미 전역으로 확대·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28일 한국정부의 고무 아래 지난봄부터 조직적으로 전개돼온 농산물,외제사치품,승용차 등에 대한 한국의 수입거부운동은 최근에는 거의 히스테리컬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 날자 1면에 한국농협이 배포한 국산품애용운동 등에 관한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게재하고 이 만화내용이 한국에 진출하려는 미국기업의 어려움과 좌절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 만화책이 국민학생 50만여 명에게 배포됐다고 말하고 서울에 주재하는 미 정부관리와 기업인들은 이것을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수입반대운동의 전형적인 사례로 간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한국정부는 미제사치품을 파는 소매상과 소비자들에 대해 세무사찰 등을 통한 압력을 가해 왔으며 이로 인해 지난 5월부터 한국에서 미제사치품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 한미간의 무역마찰을 악화시킨 계기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에 매년 2백억달러를 수출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여러 분야에서 이미 미국의 경쟁상대로 부상했기 때문에 미국관리들도 더 이상 한국정부의 행위를 간과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한국정부가 미국정부의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보복조치를 막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예로서 이 신문은 최근 조순 전 부총리의 미국방문과 이봉서 전 동자부 장관의 상공장관 임명을 들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주한 미 대사관과 상공인들은 양국의 무역마찰이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국정부는 한미간의 문화적 차이를 강조하며 최근 한국내의 캠페인이 수입억제운동이 아니라 사치품배격운동임을 거듭 강조하고 있으나 주한 미 상공인들은 이에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과거 반공전선으로 결속돼 있던 한미 관계는 급속히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워싱턴=이재승 특파원>

○우리측 대응 고민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한국의 외제사치품수입 반대운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대한 통상특혜를 철회하고 무역보복을 가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 양국간의 통상관계가 계속 악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새해부터 대미 통상마찰 해소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17∼18일 서울에서 열렸던 한미 무역실무회의에서 양국간의 통상현안 중 미국측이 요구한 사항들을 대부분 수용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통상관계자와 언론들이 한국의 통상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는 것은 그만큼 양국간에 오해와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라고 판단,이미 이행하기로 약속한 사항은 충실히 이행하고 통상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요인들을 미리 찾아내 해결하는 등 전향적인 통상외교를 펼 방침이다.

신임 이봉서 상공부 장관도 취임사에서 내년에 한미 통상관계를 비롯,양자 및 다자간 협상에서 불필요한 통상마찰을 해소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 통상정책은 우리의 입장뿐만 아니라 상대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합리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통상정책의 방향전환을 예고했다.

정부는 우선 한미 무역실무회의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약속대로 이행,미국에 신뢰를 주는 한편 각종 특별법에 의한 수입제한조치 등을 전면 재검토,마찰의 소지가 있는 조항들을 개선하고 각종 검사나 통관 등의 관련제도도 국제규범에 맞추어 개선할 방침이다.

또 내년 1월14∼15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미 경제협의회,1월20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 재계회의 등 정부 및 민간차원의 협의를 통해 우리의 통상마찰 해소노력을 전달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내년 2월1∼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릴 세계경제지도자회의에 참석하는 이승윤 부총리를 미국에 보내 미 무역대표부,상무부·농무부 등 행정부측 관계자와 언론 및 학계의 인사 등에게 우리의 입장과 시장개방정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미국의 대한 통상공세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을 위한 브뤼셀각료회의가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이후 더욱 거세어지고 있는 점을 중시,농산물을 비롯한 협상전반에 걸쳐 우리나라의 입장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보수적으로 작성된 우리의 농산물 개방계획에 불만을 갖고 있던 미국측은 한국이 브뤼셀각료회의에서 EC·일본 편에 서서 강경입장을 취한 데 강도높은 불쾌감을 표시한 바 있는데 UR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미국의 무역보복경고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방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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