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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통화 「연간목표」 명시키로/금통위 수정안 승인(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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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통화 「연간목표」 명시키로/금통위 수정안 승인(해설)

입력
1990.12.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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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평잔 기준 17∼19%선통화당국은 내년도 통화운용계획에서 연간목표를 설정치 않으려던 당초의 계획을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수정요청에 따라 철회,구체적으로 연간목표를 명시키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 28일에 이어 29일 연이틀째 가진 간담회에서 한은이 재무부와의 협의를 거쳐 연간목표를 설정해 다시 짠 내년도 통화운용계획을 승인했다.

수정된 내년도 통화운용계획은 『연간목표가 없는 통화운용은 곤란하니 연간목표를 설정해 달라』는 28일의 금통위 요청을 일부 수용,내년도 통화관리목표를 내년 12월의 총통화증가율 기준(전년동기대비,평균잔액 기준) 17∼19% 선으로 설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통화관리에 연간목표는 명시됐으나 설정된 연간목표가 종전의 연간 평잔증가율이 아니라 사실상 12월 한 달간의 평잔증가율이기 때문에 나머지 달들에 대한 억제목표가 없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한은은 매분기의 마지막달인 3,6,9,12월을 기준으로 분기별 목표를 별도로 설정해 운용,통화팽창의 위험성을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우선 내년 1·4분기의 통화관리목표는 3월 평잔증가율을 17∼19%로 운용하는 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는데 이 경우 1·4분기 중 3조원 가량의 돈이 풀리게 된다.

◎인플레 우려한 금통위 모처럼 “할일 했다”/재무부·한은 입장차 “조정”… 타협점 도출

통화관리 연간목표를 우여곡절 끝에 금통위가 되살려냈다.

금통위가 모처럼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한 셈이다.

통화관리의 연간목표는 지난 21일 정부가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이미 빈사상태에 있었다. 연간목표를 설정해놓고 통화관리를 하다보면 지나치게 수치에 얽매여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등의 부작용론이 재무부를 중심으로 제기돼 경제운용계획에서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 없이 추정치만 넣기로 했던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방침은 금통위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마지막 절차를 남기고 있었다. 27일로 예정돼 있던 올해 마지막 금통위 보고에 앞서 재무부와 한은이 다시 한 번 연간목표 설정여부를 놓고 27일의 금통위 간담회를 하루 연기시키면서까지 의견조정을 벌였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이에 따라 28일의 간담회엔 정부 경제운용계획상의 「추정치」가 「전망치」라는 말로 바뀌어 보고됐다.

금통위의 반응은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연간목표를 설정치 않을 경우 인플레 우려 등의 문제점이 있으므로 계획 자체를 고쳐 다시 보고할 것을 한은 집행부에 요구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동안 통과위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부의 정책이나 방침에 대해 문제를 야기할 정도의 이의는 제기하지 않던 금통위가 정부의 내년도 통화운영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금통위의 요청을 재무부와 한은은 대체로 수용,곧바로 연간목표를 통화운용계획에 명시키로 했다.

좀체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재무부와 한은 사이의 이견을 금통위가 제3자적 입장에서 조정,해결한 것이다.

연간목표의 내용을 보면 결코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연간목표라는 표현은 들어갔지만 내용은 당초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계획에서 명시된 것과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경제운용계획에서는 12월 한 달의 평잔증가율이 17∼19% 선으로 추정된다고 발표됐는데 이것이 그대로 목표가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에 새로 풀리는 돈의 규모는 13조원 가량. 연중 평잔증가율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신규공급규모는 올해의 10조5천억보다도 24% 가량(2조5천억)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금통위로서도 재무부의 입장이 연간목표 자체를 설정치 않겠다는 정도로 워낙 강경했으므로 종전처럼 연중 평잔증가율을 기준으로 목표를 산출하는 것으로 완전히 회귀시킬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통화관리에 대한 금통위의 관심은 이번 간담회로 끝나는 게 아니고 매분기별 계획을 세울 때마다 계획에 반영된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비록 연간목표치의 내용이 불완전한 것이라 할지라도 계획이 불완전한 만큼 내년도 통화운용이 방만하게 되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이미 지난 4·4분기 통화운용계획을 짤 때에도 금통위가 당초 계획보다 증가율을 1∼2%포인트 가량 낮추라고 요구,한은이 계획을 축소조정해야 했던 전례가 있고 보면 통화운용에서의 금통위의 감시역할은 어쨌거나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불완전한 연간목표를 가진 통화운용계획을 승인한 후 한 금통위원은 『돈도 눈깔사탕과 같아서 많이 주면 당장은 입에 달지만 결국엔 이빨이 썩고 만다』며 『적정통화량 유지를 위해 좀 고지식하고 우둔한 듯한 역할을 점차 해나가겠다』고 밝혔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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