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력차질”… 「강성내각」 두 김 긴장/「후단구도」 관련계파간 희비 여/“고립화 의도”… 우려 넘어 공세 야/1월 임시국회서 새 내각 정치력 시험받을 듯「12·27개각」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시각은 종전에 있었던 개각 때와 사뭇 다르다. 3당통합 이후 총리가 경질된 데다 「노재봉 총리」로 대표되는 새 내각이 전에 없는 「친정체제」라는 점 때문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새 내각에 강성인사가 다수 포진돼 있어 정치권과 때로는 긴장구도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김영삼 민자대표나 김대중 평민총재 등은 새 내각의 컬러가 향후 정치일정에 변수로 돌출될 가능성과 함께 친위세력의 전면 등장이 정국운영에 파장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들이다.
○…「12·27개각」에 대한 민자당내의 시각은 기대와 우려로 엇갈리고 있다.
민정·공화계측은 통치권자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노재봉 신임 총리의 기용을 통치권 누수방지 및 주요현안을 돌파하겠다는 임명권자의 의지표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노 총리의 정치력이나 행정능력은 미지수이나 짧은 정치경륜과 기성정치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총리(55세)라는 점에서 두 김씨의 양극구도를 극복하면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유도하려는 포석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 상반기 지방의회선거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기 대권구도를 둘러싼 민자당내의 세대교체 움직임 등 미묘한 기류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난 25일 민정계 의원 50여 명이 송년모임을 가진 것도 이미 노 대통령과 교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노 총리의 기용이 후계구도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노 총리가 취임기자회견에서 「정치권력의 비집권화」를 강조,평소 자신의 지론이기도 한 내각제를 은연중 시사했다는 대목도 민정·공화계측은 주목하고 있다.
이는 김영삼김대중 체제가 대통령직선제를 선호하며 「신협력」하에서의 대결양상을 띠고 있는 현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후반기 정국운영틀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민주계측은 노 총리 내각의 출범에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으나 이번 개각이 김 대표와 교감이 없었고 「친정돌파」체제 성격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국과 연관지어 긴장하고 있다.
지난번 내각제 합의각서 파동시 김 대표와 노 총리간의 불편한 관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그가 총리에 기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때 김 대표 측근들이 거부감을 나타낸 것도 따지고 보면 김 대표의 「속마음」의 일단으로 유추할 수 있다.
특히 민주계측은 박철언 체육청소년부 장관의 기용에도 매우 민감하다.
노재봉 총리서동권 안기부장박철언 장관 라인에 의해 향후 정국이 주도될 경우 김 대표의 여권내 입지가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민주계측은 이번 개각이 김 대표의 대세론과 노 대통령 이후 대권구도의 조기 가시화 시도와는 정면으로 대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자당은 계파에 관계없이 「12·27」개각이 종전 스타일과는 달리 당의 의견이 배제된 채 전적으로 노 대통령의 친위세력이 내각에 전면 포진한 것이 후반기 정국운영을 행정부 우위로 주도하려는 통치권자의 의중으로 보는 데는 견해가 일치한다. 따라서 향후 당정관계는 상당부분 마찰과 갈등이 예상되며 1월 임시국회가 새 내각의 정치력 및 조정력 실험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평민당은 노재봉 내각에 대해 단순한 비판과 우려의 차원을 넘어 본격적인 정치공세를 펼 태세이다.
김대중 총재는 노 총리가 88년의 당시 민정당 의원 세미나에서 『광주문제는 김 총재의 외곽을 때리는 노련한 정치기술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의 주변에 소신형 강성인사가 다수 포진하고 있는 점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노 총리와 지면이 있는 한 평민당의 중진은 『노 총리의 사물을 보는 시각도 문제이지만 그가 지역적 문제에 있어 상당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우려한다』고 첨언했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의 친정내각에 대해 국회정상화를 계기로 정착되는가 싶던 「김대중김영삼 구도」가 크게 도전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평민당의 한 관계자는 『김영삼 민자대표가 이번 개각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당했다는 부분에 주목한다』면서 『이번 개각의 성격이 최근 들어 활발해지고 있는 민정계의 세규합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민당에는 김 총재가 민자당 내분과정에서 무리가 없는 범위내에서 김 민자대표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 우세한 실정이다.
평민당내에는 정면돌파를 불사할 새 내각이 지자제선거 등을 통해 평민당 고립화를 꾀한 뒤 그 여세를 몰아 세대교체 등을 내세우며 두 김 무력화작업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김 총재 자신도 28일의 기자회견에서 『정국이 5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어 정국전도를 우려한다』고 주장했다.
평민당은 이번 개각을 보는 이러한 시각 때문에 초반부터 정치공세를 강화해 노재봉 내각에 대한 문제점을 충분히 부각시켜 놓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새 내각이 몰고올 정국운영에서의 강성기류에 대한 대응태세를 가다듬고 있다.<조명구 기자>조명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