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용 땅 업무용 인정은 다소 무리/일부 재벌들 법적 소송 대응여부 관심사로정부의 5·8부동산대책이 은행감독원의 재심결과 발표로 7개월여 만에 일단 마무리 됐다.
이번에 최종확정된 48대 재벌그룹의 매각대상 비업무용 부동산 5천7백50만평에 대해서는 행정소송 등 법적 판결 외에는 달리 구제의 방법이 없게 됐다.
앞으로 문제는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일부 재벌그룹들이 법적 소송을 불사할 것인지의 여부,또 이와는 별도로 재벌그룹들이 남은 매각시한인 3개월 여 이내에 순탄하게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을지의 여부 등이다.
정부가 당초 5·8대책을 발표해 지난 8월17일 48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내역을 밝힌 이후 최근까지의 과정은 최초의 판정 당시 「기업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에 의해 다소 무시됐던 현실성이나 상식을 재심에서 반영하는 일이었다.
「특별조치」로 일을 시작했다가 차차로 현실성을 감안해 나가는 과정은 당연히 구제 혹은 후퇴 등으로 비쳤다.
비업무용으로 판정나기만 하면 다 팔게 할듯이 하다가 국세청 자체에서 재심을 한 차례 하더니 또 은행감독원에서 별도의 재심을 함으로써 혹시나 알짜배기 땅들은 다 빠지고 쓸데없이 덩치만 큰 땅들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만 했다.
지난달의 국세청 재심발표나 이번의 은행감독원 재심발표를 보면 구제규모의 크기 여부를 떠나 당초의 정책의지를 되도록 살리겠다고 노력한 흔적은 인정할만 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동안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부지,한진그룹의 제동목장,대성탄좌의 조림지 등은 국세청의 재심과 은행감독원의 재심에서도 연이어 구제대상에서 제외됐다.
「5·8대책 주거래은행협의회」의 정식 상정에 앞서 기업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증빙서류도 없이 재심신청을 하고 나선 것을 은행에 한차례 되돌려보내 객관적 서류에 의한 구제만을 고집한 것도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번 은행감독원의 재심에서는 비업무용 부동산 중에서 「생산활동과 관련이 되고 사실상 처분이 어려운 부동산」을 13가지 항목에 걸쳐 구제했다.
이 중에서 ▲취득 후 법령에 의해 사용이 제한된 부동산 ▲공업배치법에 의한 5년이내 증설계획분 토지 등은 취지에 합당하다고 인정되지만 재개발 사업용 토지를 지역내 수용자의 반발로 일부 확보하지 못해 사업을 착수할 수 없는 부동산까지 업무용으로 인정한 것은 「특별조치의지」 보다는 지나치게 규정에만 얽매인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개발 사업이라는 게 재벌그룹들이 도심의 땅과 건물을 확보하는 단골수단임을 감안할 때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적 판단에 앞서 특별조치 측면을 우위에 뒀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재심에서 구제받은 부동산의 규모는 삼성이 45만평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현대 36만9천평,한진 33만9천평,선경 23만평,한국화약 21만평 등이다.
아직도 매각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남겨놓고 있긴 하지만 그 동안 정부와 재벌간의 비업무용 부동산 판정과정은 외형적인 실적과는 별도로 상호간 적지않은 불신을 낳아온 것도 또한 사실이다.
재벌들의 급격한 부동산 보유확대가 사회적인 부동산투기 만연의 핵심적인 원인이며 특히 기술개발이나 시설투자 등 생산에 쓰여야 할 자금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에 잠겨버림으로써 경제부진을 초래하고 있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재벌들은 자신들이 땅을 사고 팔아 이익을 챙긴적이 결코 없으며 괜히 정부가 자신들을 일종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을 내심 바꾸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매각대상 비업무용 부동산이 모두 처분돼 일이 원만히 매듭져 지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상처로만 남을 뿐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그 우려도 내년 3월 이후의 일이며 당장은 비업무용 부동산의 구체적 매각과정이 관심거리로 떠오른다.<홍선근 기자>홍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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