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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개각」에 얽힌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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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개각」에 얽힌 뒷얘기

입력
1990.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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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지상발령」에 밤 11시 앞당겨 통보/노총리엔 방소 직전 미리 알려/최병렬 노동은 마지막까지 청와대특보 고려/J 실장 기용 가장 특색… 박 체육 방일중 통보/「원안」 내부비판에 막판 수정도27일 단행된 개각은 시기와 인선의 마지막 손질을 놓고 몇몇 곡절을 겪긴 했으나 윤곽은 이미 수일 전에 잡혔고 결국 언론의 「지상발령」이 앞서자 발표를 서두른 흔적이 역연하다. 특히 노태우 대통령은 방소 직전인 12일께 노재봉 비서실장에게 이번 개각의 초점인 총리직 내정 언질을 주었다는 얘기 이후 노 실장은 사실상 각료 제청권 행사차원에서 서동권 안기부장,김영일 민정수석 등과 조각작업을 벌였고 2∼3배수로 된 인선명단을 매듭,23일 노 대통령과의 오찬석상에서 최종 약점을 마무리했다는 후문.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 하산문제 등 연말 정치현안을 고려,당초 D데이는 28일로 잡았다는 것인데 본지가 26일 아침 「노재봉 총리」 등 개각 전모를 특종보도함에 따라 청와대측은 『시기를 더 늦추면 잡음소지가 많고 개각의 뜻이 흐려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대통령에게 개진했다는 것. 이런 와중에서 「명단 원안」에 대한 정부 및 여론의 비판도 적지 않아 일부 각료의 인선이 뒤바뀌는 혼선이 일어나는 등 무성한 뒷얘기를 남겨놓고 있다.

○…노 대통령은 26일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장·차관 부부 초청 송년만찬 직후 노 실장과 최창윤 정무수석 김영일 민정수석을 불러 개각발표 준비를 지시.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본지에 보도된 개각윤곽과 관련,『청와대가 내각을 점령한,사실상 청와대팀의 내각이동』이란 여론이 있다는 보고를 듣고 보좌진과 최종협의,밤 11시께 통보작업을 시작했다는 것.

명단을 건네받은 노 실장은 즉시 강영훈 총리에게 개각내용을 알리며 그 동안의 노고에 대한 대통령의 사의를 전한 뒤 입각대상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 또 최 수석은 이날 밤 민자당 세 최고위원 및 당4역과 평민측에 개각단행 사실을 전했는데 방일중이었던 박철언 의원은 간접적으로 체육청소년부 장관 임명을 통보받고 27일 아침 노 실장과 통화한 뒤 이날 하오 서둘러 귀국.

○…한편 개각시점이 당초 28일 하오로 점쳐졌던 것은 상오에 청와대서 전 국무위원이 참석하는 10·13특별선언실천보고회가 예정돼 있는 데다 노 대통령이 이날로 올해의 국정일정을 사실상 끝내고 이후 「신년구상」에 착수한다는 일정이 마련돼 있었기 때문.

하지만 지난주말부터 연내개각설이 유력하게 제기됨에 따라 관가가 일손을 놓는 행정공백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 초래.

특히 본지의 개각 특종보도 후 노 신임 총리 등 인선대상자에 대한 여론의 긍정·부정적 품평이 교차돼 시기를 늦출 경우 노 대통령이 의중에 둔 개각구도 전체가 흐트러질 가능성이 적지 않자 「단안」을 내리게 됐다는 얘기.

○…노 대통령은 방소 직전 노 실장에게 자신의 의중을 귀띔하며 인선 윤곽을 짜도록 지시했으며 서 안기부장·김영일 수석에게도 작업을 돕도록 하명. 당초 방소 공식수행원에 들어 있던 노 실장이 돌연 이홍구 정치특보와 교체된 것도 이 때문.

○…대통령의 ▲내각 장악력 강화 ▲2년 이상 장수각료 교체 ▲대미 통상마찰 관련 경제부처 조정 등 3대 원칙이 이번 인선의 큰 흐름. 이에 따라 청와대비서진의 내각진출을 포함한 대폭 교체가 일찌감치 예상돼왔으나 판을 짜다보니 몇몇 주요 자리가 서로 부딪쳐 한때 「이산」의 조짐을 보이기도.

큰 두 대목은 부총리와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통일원 장관. 이승윤 부총리의 경우 연내 한자리 수 물가목표를 달성하고 내년 경제운용계획 보고에서 호평을 받은 그의 유임이 유력시되면서도 대미 통상문제와 관련,경제팀의 총수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과 김종인 경제수석의 임용설이 구체적으로 제기돼 한동안 혼선.

또 지역배려 의미가 컸던 최영철 전 노동장관의 비서실장 등용에 대해 내부로부터 직책특성상의 문제점이 제기돼 결국 정치특보의 자리를 한 자리 늘려 소화했을 것이라는 후문이 있기도.

이와 함께 이번 개각에서 노 대통령이 끝까지 고심했고 주목을 끌었던 대목은 최병렬 공보처 장관의 거취. 최 장관은 줄곧 정치특보행이 유력시됐으나 특유의 추진력이 자칫 여권내 미묘한 역학관계와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노동장관으로 낙착. 이는 또 내년에 예상되는 노사문제를 염두에 둔 잠정적 포석이란 풀이.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의 비서실장 기용은 노 대통령과의 연과 그의 능력으로 볼 때 「절묘한 인선」이라는 평. 청와대관계자는 『과거처럼 모양갖추기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꿰뚫고 강력한 정책집행력을 갖춘 인물선정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란 말로 설명하고 있는데 노 총리­서 안기부장­J 실장의 「트로이카 체제」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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