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수석도 제자리… 정책기조 안정/일부 충원멤버 밀어붙이는 역량 특징/「개혁유보·성장우선」유지할 듯당초 예상과는 달리 이승윤부총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경제각료들이 유임된 것은 9%이상 성장과 한자리수 물가억제등 현경제팀의 지표상 실적을 인정한 결과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다.
이번 개각의 성격이 노태우대통령의 집권후반기 통치기반안정에 초점을 맞춘 점과 6공들어 잦은 경제팀 경질이 정책 일관성유지나 경제운용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사실도 감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현경제팀의 공과를 냉정히 저울질해보는 한편 대폭적인 교체가 가져올지 모르는 부작용등을 복합적으로 검토,문책대상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각료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기울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경제팀으로서는 그동안 정책조사수 역할을 맡아온 이부총리와 김종인 경제수석비서관이 함께 자리를 지키게돼 기존 정책기조를 더욱 굳건히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된 셈이다.
또 재무 농림수산 건설 동자부 등 집행부처장관들이 대부분 유임된데다 이봉서 상공 최병렬 노동 임인택 교통 송언종 체신 등 새로 충원된 멤버들도 현재의 정책골격을 지지하거나 더욱 강력히 밀어 붙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따라서 새 경제팀은 제조업경쟁력강화,한자리수 임금억제,공공요금 등 가격체계현실화,재정기능 확충등 일련의 「성장」중시정책을 상당 기간 계속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제는 민주화추세에 편승,각 계층의 내몫찾기 경쟁이 가속되면서 급격히 성장잠재력을 상실하는등 구조적인 침체조짐을 보임에 따라 경제침체가 6공 최대의 실정으로 꼽혀왔다.
진정한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금융실명제실시등 분배형평 개선을 골격으로 한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던 조순문희갑라인을 갈아치우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경제침체가 정치사회불안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자는 취지였다.
이부총리 김수석팀은 출범과 동시에 실명제를 전면 유보하고 「4·4」조치등 일련의 제조업 지원방안을 펼쳐 외견상 9%이상의 고성장실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집권후반기 통치기반확립과 특히 경제분야의 치적달성을 위해 경제팀의 전면적인 개편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수석의 부총리기용설이 흘러나온 것등은 이러한 의중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부총리와 김수석은 모두 개혁유보 성장우선의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밝힌 시점에서 또다시 경제팀을 대폭 교체할 경우 정책기조전환 등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어 현경제팀에 계속 맡겨 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난것 같다.
이와 관련,노대통령은 현경제팀이 등장하고 실명제가 유보된 뒤에도 증시침체 부동산투기등이 가라앉지 않자 『사람 바꾼다고 당장 경제가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는 심정을 측근에게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6공들어 나웅배(10개월 재임) 조순 부총리(1년3개월) 등 전임장관의 단명이 경제안정을 해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이부총리의 경우 이제 겨우 9개월을 일한 실정이어서 유임이 불가피할거라는 시각도 많았다.
○…이번 개각에서 새로 경제팀에 합류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우선 이봉서상공장관의 경우 미 하버드대 경제학박사출신인 경력등에 비추어 특히 대미통상현안 해소에 상당한 역할이 기대된다.
박필수 전장관이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및 대미통상마찰과 관련한 잡음에 책임을 물어 전격 경질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반사적으로 이장관은 통상문제에 대한 책임이 무겁게 주어진 셈이다.
최근 조순 전부총리가 대통령특사로 방미중 칼라·힐스 무역대표부(USTR)대표등이 노골적으로 통상팀에 불만을 터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노동장관은 특유의 강성이미지를 배경으로 산업평화정착 한자리수 임금인상유지라는 기존 정책기조를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가뜩이나 고물가로 내년초 임금인상요구가 거셀 전망인데다 산업계에 잇달아 강경파 노조집행부가 들어서는 상황이어서 내년 3월이후 자칫 지난봄 KBS파업사태와 같은 노정간 정면대립을 자초할 가능성이 큰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인택 교통장관은 경제장관회의에도 자주 대리출석한 상공차관출신이어서 기존시책 흐름에 충실할 것으로 보이며 송언종 체신장관도 내무관료출신 비경제통이라 별다른 불협화음을 낼 것같지 않다.
○…한편 올해의 고성장이 구조적 경제위기 타개를 위해 시간버는 역할을 해준 것처럼 이번 경제팀유임도 내년 상반기중 경제여건 변화를 앞두고 집행유예된 측면이 강하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시각은 내년 3월 지자제실시에 따른 후유증과 노사대립 격화,물가불안등 예상되는 어려움이 현실화될 경우 통치권차원의 수습책이 불가피하며 따라서 제도개혁등 정책기조의 전면변화는 후속팀에 맡겨질 공산이 크다는 가정에서 제시되고 있다.
이번에 유임된 이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형평외면·친기업적이라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완화할 정책방안을 하루속히 내놔야한다는 것이 대부분 경제관계자들의 기대인 것 같다.<유석기기자>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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