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정부수립 이래 지금까지 42년동안 부침했던 국무총리는 모두 23명이다. 제1공화국의 첫 총리는 이범석씨였고 27일 임명된 노재봉 신임총리는 23번째가 되는 셈이다. 국무총리제도가 잠깐씩이나마 폐지된 적도 있었는데 이 기간을 제외하고 계산해보면 총리의 평균수명은 1년5개월이다. 총리의 재임기간이 어느 정도면 적당하느냐는 기준은 정할 수가 없지만 일반적인 상식에서 볼때 1년5개월은 좀 짧은 감이 있다.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이 정치의 한 수단으로써 총리바꾸는 일을 자주해왔기 때문이다.그래서 변화와 기복이 심한 격동기에는 자주 바뀌고 안정기에는 바뀌는 횟수가 줄어들 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최장수 기록은 9대총리인 정일권씨의 6년7개월(67·5∼70·12)이다. 다음은 11대의 김종필씨로 4년6개월,세번째는 12대의 최규하씨로 3년9개월이다. 다음으로 18대의 노신영·22대의 강영훈씨가 각각 2년으로 비교적 장수한 셈이고 초대 이범석씨는 1년8개월이었다. 다음으로 1년 이상을 재임한 총리로는 4대의 장택상씨(1년2개월),14대의 남덕우씨(1년4개월),16대의 김상래씨(1년1개월) 등이다.
22명의 역대총리중 12명은 1년 미만의 단명을 기록하고 있다. 그중 최단명기록은 19대의 이한기씨로 불과 2개월 밖에 안된다. 다음은 3대 백두진·6대 허정씨의 4개월,5대 변영태씨와 15대의 유창순씨도 재임기간이 5개월 밖에 안된다. 2대 장면씨와 10대의 백두진씨 그리고 20대의 김정렬씨도 똑같이 7개월의 단명으로 끝났다. 그러나 장면씨는 2공화국에서 7대 총리로 다시 등장했지만 9개월에 끝나고 말았다. 총리를 두번 지냈지만 모두 합쳐야 1년4개월로 겨우 평균수명에 육박한다. 총리를 두번지낸 케이스는 장면씨가 처음이 아니다. 백두진씨가 제1공화국에서 3대 총리로 4개월간 재임한 뒤 제3공화국에서 10대 총리로 재등장했으나 7개월에 그쳐 두기간을 합쳐보았자 1년이 안되는 단명이다.
이처럼 단명총리가 많은 것은 그만큼 우리 정치가 격변의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5공화국에서는 전두환 대통령 밑에서 무려 6명의 총리가 부침했다. 박정희 대통령의 제3·4공화국 18년동안 부침했던 총리의 숫자와 똑같다. 이 숫자는 또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정권 12년동안 부침했던 총리와도 똑같다. 출범한지 3년밖에 안되는 6공화국은 이현재·강영훈씨에 이어 노재봉씨가 세번째 총리로 등장했다. 6공도 6명의 총리를 맞고 보낼지 두고 볼만한 흥미거리이다.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는 대통령중심제이면서도 총리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는 하지만 총리의 위상이 애매모호할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22명의 역대 총리중 국민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총리직을 훌륭하게 잘해냈다고 손꼽을 만한 사람이 없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때그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소모품으로 써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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