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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탈옥소동(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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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탈옥소동(사설)

입력
1990.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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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는 언제까지 말썽의 고도일 것인가. 담 너머에서의 물의가 너무 잦은 것 같다. 얼마 전 교도소에 갇힌 폭력범들이 그 안에서 구수회의를 열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범죄와의 전쟁에 맞서 대응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뒷말이 함께 흘러나왔다. 우리로선 사실여부조차 알 길이 없다.교도행정에 대한 의혹과 불신은 매우 짙다. 과연 교정과 계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아니면 부조리와 범죄의 재생이 거듭되고 있는지 도무지 종잡기가 힘들다.

전주교도소의 탈옥사건이 그저 우연인가 하는 의문은 그래서 저절로 제기된다. 무기와 장기형이 확정된 살인범과 폭력범이 한 방에 있다가 쥐도 새로 모르게 달아났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죄영화의 탈옥을 실연한 것이다.

알려진 대로라면 탈주수법은 간단하다. 쇠톱으로 감방의 창살을 절단한 뒤 사다리를 이용해 4m의 높은 담을 단숨에 뛰어넘은 것으로 추측된다. 교도소의 감시망은 2차대전을 그린 미국영화에 나오는 나치병사 꼴이 되어버린 셈이다.

지금 탈주수법을 놓고 이러니 저러니 따질 일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은 교도소 안의 「상황」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폐쇄되고 감시받는 좁은 공간에 쇠톱은 무엇이며 사다리가 어떻게 등장했는지 좀체 납득이 안 된다.

밖에서는 범죄와의 전쟁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아 악전고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런데 잡아가둔 범죄자를 놓치다니,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일까.

그렇찮아도 교도소를 보는 눈길은 곱지가 않다. 유전무죄니 무전유죄니하는 혼탁스러운 불만이 간헐적으로 터져나온다. 그래서 교도소의 부조리는 치유할 수 없는 고질이 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높기만 하다.

행형당국은 비슷한 사건이 나면 변명과 사과를 앞세워 재발방지를 굳게 약속하나 달라진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는 형편이다.

교도소가 계속 복마전으로 여겨지고,기강을 상실해간다면 범죄의 순화는 틀린 일이다. 부조리를 눈감아주는 행형은 결과적으로 범죄의 확대 재생산을 방관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3명의 도망자는 빨라 잡아야 한다. 흉악범죄의 재발이 두렵다. 그들의 죄질을 보아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예측 못 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의 원인과 과정은 철저하게 규명할 것을 우리는 강력하게 요구한다.

교도소에서 생긴 일이라고 과거처럼 밀실에서 어물어물 처리해버리면 기강은 더욱 무너지고 불신은 깊어질 것이 뻔하기만 하다. 눈가림 처리는 통해서 안 된다. 그럴수록 교도소는 범죄공장으로 전락하고 만다. 범죄와의 전쟁이 공직 내부와의 전쟁도 병행해야 함을 새삼 일깨워준 게 이번 사건의 교훈이라면 교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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