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연대 분열극복 첫 시도/청와대와 교감 관심… YS 긴장/월계수회 배제… 민정계 내부도 미묘한 흐름○…지난 26일 민자당의 민정계 의원이 가진 「대규모」 회동이 당내에 다양한 해석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회동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도 합당 이후 최대의 계파모임이라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되는 것은 물론이다.
민정계는 1백28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당내 최대계파이면서도 민주·공화계에 비해 결집력이나 내부 동질성에서 현격한 「결함」을 지녔다는 평가를 스스로 부인하지 못했던 게 사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의 발빠른 당내 행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계파내의 공감대를 서로가 충분히 알면서도 이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나 행동을 취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
이런 사정은 김 대표의 독주 내지 대민정계 침투를 용이하게 만드는 조건으로 역이용돼 온 게 대체적인 그간의 판도라는 지적을 낳기도 했다.
따라서 참석자가 52명에 달한 이날 모임의 규모는 계파내의 소계보 형성으로 자체분할상태를 면치 못하던 민정계가 이같은 내재적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기 시작한 명백한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이 『이제 우리가 오합지졸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희색을 띠거나 이 모임을 지켜본 다른 계파의 중진의원이 『그간의 지리멸렬한 이미지를 내외에 불식,결집시켜보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경향도 민정계가 안아온 계파속성을 간접설명해주는 대목.
○…모임의 향후 파장과 전도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촉발시키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에 모임의 대표자격인 이춘구 의원은 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를 보고했으며 당내역학과 관련,촉각을 곤두세우던 청와대측에 대해서도 『송구영신을 위한 술자리 이상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극구 해명해야 했다는 후문이다.
당장 민주계가 민정계 특유의 무력성을 들어 모임을 평가절하하는 듯하면서 내심 노 대통령과의 사전교감 정도에 예민한 관심을 보이는 것이 이날 모임의 향후 가능성을 저울질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것. 김 대표의 민주계가 설정한 당내입지 확대의 토대가 민정계의 「내분상태」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일 것임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내각제 파동 이후 민정·공화계가 내각제 포기의 「보상조건」으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주장하는 데 목소리를 함께하고 있는 정황을 더욱 되새기지 않을 수 없는 것. 민주계는 다만 표면적인 대응으로 나설 경우 민정계의 반사적 후속행동을 우려,일단 우회하자는 자세.
○…또한 이번 모임을 계기로 오히려 민정계 내부의 세력분화를 뚜렷이 한 결과는 또 다른 유의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모임에 의도적으로 배제된 월계수회측이 『편가르기하자는 것이냐』고 불쾌한 반응을 터뜨리고 있다.
또 일부 민정계 중진들 사이에 「친 김 대표」 성향으로 불만을 사온 김윤환 원내총무,정순덕 사무총장 등 민정계 출신 지도부도 모임에 적지 않게 자극받는 기미를 보이고 있어 민자당의 역학구조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양상이다.
○…이날 모임이 성사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1일 이종찬 이자헌 오유방 심명보 이치호 신상식 김현욱 김중위 의원 등 소위 「8인그룹」이 「민정계 부흥」을 위한 세력형성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이같은 의도가 강화일로 양상을 보이는 김 대표의 당내입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표리의 인과관계를 갖추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날 모임은 그간 끊임없이 계속돼 온 민정계 의원들의 소그룹활동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결과라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 민정계 의원들이 그 동안 학연·지연,혹은 국회 상임위별 친근관계 등을 단위로 그룹방식의 유대를 다져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민정계가 이처럼 행동반경에 스스로 한계를 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계파의 최종정점이 노태우 대통령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었음을 감안하면,소그룹 활동은 사실상 주어진 여건 속에서 도모할 수 있었던 최상의 계파활동이었다는 지적.
○…이와 관련,주목을 끄는 부분이 박태준 최고위원의 역할 및 위상. 민정계의 당내 관리자로서 스스로의 운신에 뼈저린 제약을 느껴오던 박 최고위원이 나름대로 구사해온 계파관리방식이 이같은 소그룹 활동의 지원이었다는 점이 우선 간과될 수 없다는 것. 박 최고위원 자신도 이같은 방식을 동원했을 뿐 아니라 민정계내에 각종 그룹단위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토대를 구축해줄 것을 당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임을 주도한 8인그룹들이 박 최고위원의 비서실장인 최재욱 의원을 가담시키고,최 의원을 통해 박 최고위원과 협의를 해온 형식을 취한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과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민정계의 상징적 보스로서의 공식적 지위가 세의 허실정도와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민정계 자신이 『일단 하나로의 결집이 중요하다』고 전제하는 이상,계파내의 특정인물에 편향되는 색채를 배제해야 하는 사정이 이를 설명해주고 있다.<조재용 기자>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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