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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계의 송년모임/내분의 새 불씨 안되기 바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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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계의 송년모임/내분의 새 불씨 안되기 바란다(사설)

입력
199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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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자유당내의 최대계파인 민정계 의원 52명이 세모에 모임을 가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모임 성격에 대해 3당통합에 따라 구민정당이 해체된 지 1년을 맞아 옛 동지들끼리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총리를 포함한 대폭 개각이 임박해 있고,내년에 있을 지방의회선거와 당내의 대권후보 문제 등을 앞둔 시점에서 전례없던 정치적 교감을 나눴다는 점에서 정가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같다. 사실 정당­정치단체 안에서 갖가지 인연과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인사들끼리 모여 정치에 관해 논의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모임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이번 민정계 의원들의 회동은 솔직히 말해 친목도모와 함께 3당통합 후 소속 국회의원 3분의2를 차지하는 최대계파이면서도 그 동안 당운영에서 소외된 데 반발,앞으로는 응분의 제몫을 찾겠다는 자구선언으로 해석돼 관심이 크다.

특히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3당통합은 가히 정치적 혁명조치임에도 국민의 정치불신은 더욱 심화된만큼 민정계가 앞장서 실추된 정치의 위상을 바로잡자』 『앞으로 대권후보는 지명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 전당대회에서 자유경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 것은 많은 시사를 준다 하겠다.

이것은 앞으로는 노태우 대통령 다음의 제2인자 위치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김영삼 대표에 대해 철저히 견제할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당내의 압도적인 원내외 세력을 바탕으로 대권후보를 독자적으로 낼 수도 있다는 신호로,밖으로는 김영삼­김대중 중심의 정치구도를 배척하겠다는 암시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활동방향에 따라 자칫하면 민자당은 새해 들어 지자제선거와 총선거 준비 그리고 대권후보의 모색 등 대사를 앞두고 새로운 내분에 휘말릴 여지가 있고 나아가 정국안정 여부를 가늠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민자당은 통합 후 지금까지 주로 민주계가 위원장인 지역구에서 민정계가 반발,비협조로 나와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는 지구당만 20여 개로 추산되고 있고,내년초 이에 대한 정리를 계기로 민정계가 제몫찾기를 내세워 공세를 취할 경우 집안싸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구공화계도 28일 별도로 계파 단합모임을 가질 예정이어서 민자당의 새해 기류는 심상치가 않다.

여기서 우리는 민정계 등의 계파모임과 활동에 대해 몇 가지 지켜야 할 원칙을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 계파활동은 어디까지나 파리나 몇몇 인사들의 사리가 아닌,국민이익과 민주발전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한 의원이 『우리 민정계가 오합지졸이 아님을 보여주겠다』고 한 것이 단지 타파에 대항하는 단결이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오히려 최대계파답게 당내 민주화와 바른 정치 구현에 모범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계파활동은 공개적이고 공론적이어야 한다. 소위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뒤에서 일을 꾸미는 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아무리 훌륭한 계파활동도 국민의 눈에는 거의가 파쟁으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민자당의 당권과 대권을 싼 파쟁에 신물을 내고 있다. 셋째로 지나친 폐쇄와 배타적인 자세를 벗어야 한다. 「우리끼리 뭉친다」는 식은 어떤 명분을 곁들여도 결코 환영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민은 민정계의 행동을 주의깊게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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