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뢰도 자체에 의문제기/“「반수입운동」 정부 공식부인 없다” 불쾌새해에는 한 미간의 통상관계가 한층 험난해질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미국은 이달초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결렬된 직후부터 한국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이제는 불길한 어조까지 띠고 있다. 국가간의 통상마찰은 통상정책의 본질상 어쩌면 영원한 해결이 있을 수 없는,끝없는 이슈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한 미간의 통상외교는 심상치 않은데가 있다. 이번 알력은 농산물의 수입개방 확대 등 현안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이 한국 정부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데서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미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은 ▲반수입운동 ▲합의된 쌍무적 시장개방조치의 불이행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서의 반미자세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 행정부가 지적하고 있는 이러한 사항들은 한국 정부로서는 그 나름대로 당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위성이 국제사회,특히 미국에서 수용 또는 용인될 수 있는 타당성을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한국측에서 아무리 정당성을 주장해도 수락되지 않는다면 궤변이 되고 의심만을 사게된다.
특히 냉엄한 이해관계만이 존재하는 통상문제에서는 「미국이 초강대국이고 한국과는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특수관계를 들먹이며 이에 기대를 거는 것은 한국이 경제개발도상에 있었던 지난 60,70년대에나 통용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상황은 바뀌어 지금은 대미 무역흑자의 시대다. 도널드·그레그 주한 미대사는 『한국은 국력신장으로 미국으로부터 대등한 관계의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도 대미 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한국의 대미관이 의존형(기대형)에서 대등형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지금 한국 정부의 통상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자세는 불식됐다.
크게 우려되는 것은 한 미간의 문화적 상이에서 오는 마찰이다.
이번 한 미 통상마찰의 큰 요인의 하나는 정부가 주도한 「과소비억제운동」이다.
한국의 정책관행으로 본다면 과소비억제운동은 오히려 벌써 실천에 옮겼어야 했던 사회도덕운동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수입억제운동으로 보고 있다. 가령 양담배 금연운동에서도 이같은 마찰이 있었는데 한국은 사회기강 차원에서 양담배 흡연에 벌금 또는 체형을 부과했으나 미국은 극단적인 수입금지운동으로 간주했었다.
아시아 및 태평양 담당 미 무역대표(USTR)보 샌드라·크리스토프 여사는 『한국 정부가 과소비억제를 위해 조직한 특별반은 지난 3월 백화점,수입상품점,외국 간이식품 기업들을 세무사찰하겠다고 위협,상당수의 외국제품이 판매대에서 사라지게 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한국무역위원회(KTC)가 지난 4월 관세율 인상과 수입제한을 통해 수입 급신장을 억제할 의사를 공표했으며 한국의 관세감축 5개년계획도 명년으로 연장됐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한 한국 정부는 이러한 수입제한정책에 관련된 것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으로서는 누가 이 운동의 창안자이든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수입이 표적이 아니라고 공표한 일이 없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토프 미 무역대표보는 이어 담배,포도주에 대한 소비세 차등의 철폐,제약특허 및 반도체칩 설계특허 등 지적소유권의 보호,쇠고기 및 전기통신 분야의 시장접근 합의 등의 쌍무적 협정 이행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에 대한 한국 공약의 깊이에 대해서 의심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곧이어 재개될 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 관련,이 협상을 구제하자면 한국이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무역분쟁의 가능성이 크며 이미 악화되고 있는 한 미관계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이달초 우루과이라운드협상 각료회의에서 유럽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미국의 농산물보조금 격감안의 채택을 좌절시키는데 한몫을 단단히 했다. 여기에 미국의 실망은 컸던 것 같다.
현재 시장개방·지적소유권 보호 등 통상문제에 있어서 미국의 대한 불만을 범정부적이고 범국가적이다. 지난 10일부터 10여일 동안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조순 전부총리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이구동성」인 것에 놀랐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의회보다는 행정부가 부드러웠고 행정부내에서는 상공부,무역대표부,재무부 등 주무관련 부처보다는 국무부가 온건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목청이 높다. 러처드·솔로몬 국무부 동아태 담당차관보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은 『싶해할 수 없다』고 했고 『한국·일본이 EC(구주공동체)에 동조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통상관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측은 지난 17,18 양일동안 서울에서 열렸던 한 미 무역실무회담 결과에 대해서 『얻은 것이 없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고 조특사의 방미에 대해서도 『선물이 없이 한국측 입장의 설명이나 미국측 입장의 경청』으로 끝난데 대해 회의를 보였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프 미 무역대표보는 한국은 앞으로 2,3개월내 한 미간의 악화된 통상관계를 개선시키고,국제적 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곧 재개되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은 내년 1월로 예정된 한 미 무역회담(양측 외무차관이 수석대표)에서 이 협상에서의 한국측 지지를 받아놓기를 희망한다.
또한 쌍무적인 현안문제의 진척도 기대하고 있다.<워싱턴=이재승특파원>워싱턴=이재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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