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 전대통령의 하산/여·야 공감이나 여론 향배가 변수(사설)
알림

전 전대통령의 하산/여·야 공감이나 여론 향배가 변수(사설)

입력
1990.12.26 00:00
0 0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산문제가 슬그머니 기정사실화돼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 역시 제6공화국의 한계는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원래 5공과 한뿌리였기 때문에 동근이종을 바란다는 것은 무리였겠으나 국민의 민주화 염원이 강력했던만큼 상당한 수준의 단절과 청산의지를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 여론이었다. 그러나 6공은 광주사태를 포함한 5공비리를 단죄해야 하는 역사적 소명을 충분히 해내지 못한 채 5공과의 마지막 연결고리인 백담사문제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백담사문제를 거론하면서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전통적으로 인정에 약해지는 세밑을 회견일로 잡았다. 또 91년 봄 있을 지자제선거에서 악재가 될 수 있는 문제를 해를 넘기기 전에 해결해내려는 정치적 의도도 감추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고려와 5공세력에 대한 배려,6공 후반기의 전열정비,「포스트 노」시대까지 겨냥한 승부수를 두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같은 정치철학과 사고방식에서 출발했던 5공과 6공의 핵심세력이 서로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에 불가피했던 3년의 별거생활 끝에 다시 재접목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풀이를 낳게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김영삼 민자당 대표가 「호의적 논평」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나선 것은 백담사문제가 이젠 범여권 전체의 정치적 이해가 걸린 핵심현안으로 크게 부각돼 있는 것임을 알게 해준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런 경우 배타적인 반응이 예상되는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마저,전 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의 정치세려화에는 반대했으나,하산문제와 연희동 사저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또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다. 백담사문제가 정치발전의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계산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정가의 분위기가 이 정도까지 부드럽게 된 것은 그간 그가 산사에 2년 동안 머무르면서 보인 자숙·자중·자성의 태도가 나름대로 작용했고,전직 대통령의 불우한 은둔생활이 더 장기화하는 것이 안쓰럽다는 일부 감상이 겹친 데다가,이 기회에 해결하자는 여야의 공동인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부의 생각이고 정치권의 일방적인 희망사항이지 국민 전체의 여론이 수렴되어 일어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론조사를 편다면 전 전 대통령의 하산문제에 대한 찬반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하산을 반대하지 않는다해서 5공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 끝났다거나,전 전 대통령을 용서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서 그간 30여 만 명을 만나 경내 설법을 해오고 있을 때 사람들이 궁금한 것은 「왜 그를 보러 사람들은 떼지어 가는가,모두가 자의로 가는 것인가,그는 왜 계속해서 다변인가,그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저의는 무엇인가」였다. 말을 바꾸면 사람들은 전 전 대통령의 개인적 축면이 아닌 「정치성 행사」나 「정치활동」에 관해서는 부정적이고 냉소적이었음을 분명히 지적해두고자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