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부담공유” 여내위상 강화 노려/DJ 전향자세로 대권 이미지 관리김영삼 민자당 대표와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산문제에 대해 수용적인 입장을 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두 김씨는 80년 5공출범 과정에서 가장 심한 핍박을 받았고 전씨의 백담사행을 강요한 청문회 정국을 주도했음을 상기해보면 신축성의 이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김 민자대표는 지난주 노태우 대통령과의 「청와대독대」 때 전씨 하산문제를 앞장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평민총재는 하산에 대한 사전연락을 받았는데 두 김씨 모두 이례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된 성명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김 민자대표가 노 대통령의 전씨 연내 하산희망 언급 직후 같은 내용의 논평을 발표,노 대통령의 입장을 뒷받침한 것은 몇 가지 주요희석을 염두에 두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12·15대타협」에 따른 정치적 5공청산의 바탕 위에서 합당을 이뤄낸 김 대표이고 보면 전씨의 하산문제에 긍정적 입장을 취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합당 후에도 백담사 부분엔 가급적 언급을 피해온 김 대표가 자신명의의 공식 논평을 통해 하산을 환영하는 적극적 접근을 한 것은 짚어볼 대목이 많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특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에 앞서 주변의 많은 자문을 구했다는 후문이며 지난 19일 노 대통령에게 먼저 전씨 하산의 조속추진을 건의하기도 해 이 문제가 자신의 여권내 위상과 중대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십분 고려했다는 게 관측통들의 풀이.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2년 남긴 시점에서 권력적 뿌리를 함께한 전씨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형편임을 이해,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공유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첫째. 5공시절 전씨로부터 누구보다 많은 「핍박」을 겪은 김 대표가 적극 나섬으로써 야권 등 여론의 화살을 둔화시키고 자칫 노 대통령이 입을 수 있는 정치적 타격을 나누어 갖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지난번 마산행 등 내분수습 과정에서 김 대표의 정치행태를 「불안스레」 보아온 여권내 시선도 적지 않은 게 사실. 때문에 김 대표는 차제에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기존여권세력과 「동렬」에 두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함으로써 자신의 대권가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 같다. 특히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범여세력의 결집문제는 김 대표로서도 절박한 과제인만큼 이들을 향한 유화제스처도 엿보이게 한다.
○…김 평민총재는 이미 지난해 정기국회연설을 통해 『전두환씨에 거주이전의 자유를 포함한 모든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에 이번의 신축적 대응이 새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씨 하산에 대해 정치적 언동과 5공과 6공세력의 합작 움직임만 없다면 연희동 사저에로의 귀환을 포함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씨 하산에 대한 평민당의 분위기는 하산 자체는 좋으나 연희동 사저는 국가헌납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총재가 전씨 하산에 신축적 태도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우선 지난해의 청문회와 전씨의 국회증언으로 광주와 5공문제가 사실상 일단락된 마당에 지나치게 과거지사에 집착할 경우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가올 지자제선거와 14대 총선 및 대권싸움을 앞두고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나가는 게 김 총재의 이미지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경우 5공의 최대피해자인 김 총재의 지지기반이 5공의 피해층과 맞물려 있다는 점 등이 역으로 고려되었을 것이다.
6공과 연계되지 않는 한 사실상 정치적 힘을 가질 수 없는 백담사 주변에 대해 굳이 엄격한 요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김 총재는 전씨가 정치적 언동을 하거나 주변의 세규합을 통해 6공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것만을 경계하고 있으며 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이 점을 분명히하고 있다.<이유식 기자>이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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