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자통제… 하산 「밀실작업」 긴박/전씨 결심선듯 “특사방문 수락”/측근들 속속 입산 숙의… 권익현씨 전씨와 독대관심/경비경찰 “이번엔 진짜냐” 홀가분… 주민들 “시원섭섭”/관광버스 뚝 끊기고 간이음식점 등 철수 파장분위기세밑의 백담사가 아연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겨울철이면 눈에 덮여 정적만 감돌던 백담사는 지난 24일 노태우 대통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산희망」을 공개피력한 직후부터 「연내 하산」을 위한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백담사는 그래서인지 24일 하오부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가운데 평소 출입이 허용되던 신도들마저 용대리 입구에서부터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반면 하산문제와 관련한 인사들의 왕래가 부쩍 잦아지면서 24일 하오에는 권익현 전 민정당 대표위원이 전씨와의 독대를 마치고 돌아갔으며,25일 아침엔 이양우 변호사와 허문도씨·김병훈 전 청와대의전수석 등 전씨의 핵심측근들이 속속 입산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상오 11시5분께 백담사를 나서다 용대리 입구에서 보도진 차량이 길을 막아서자 할 수 없다는 듯 차에서 내려 약 10여 분 간 백담사측의 사정을 설명.
『노 대통령의 언급과 청와대 상황을 단순히 브리핑하러왔다』고 입을 연 이 변호사는 일이 잘 풀려나가는 듯 상당히 밝은 표정.
그는 『하산이 결정되면 시간적 여유를 두고 언론에 연락할테니 괜히들 고생말라』면서 『일단 26일 김영일 청와대민정수석비서관이 백담사를 방문해봐야 「일」의 진척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언급.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대통령(전씨)께서 흔쾌히 김 수석의 방문을 허락했다』고 말해 하산방침이 섰음을 시사한 후 『늦어도 27일 상오까지는 뚜렷한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
이 변호사는 전씨의 표현을 빌려 김 수석을 「청와대공식특사」로 지칭하면서 『지금 서울로 올라가 김 특사를 만난 뒤 내일 아침에 함께 백담사로 오겠다』고 일정까지 자진 소개.
이 변호사는 이어 『모든 것은 그분이 특사의 얘기를 들어본 뒤 결정할 것』이라며 계속 밝은 표정.
이에 앞서 이 변호사는 이날 상오 8시55분께 흑색 그랜저로 용대리 입구에 도착,보도진 차량이 접근하려 하자 황급히 산사로 직행.
○…이 변호사가 들어간 1시간 후쯤 김병훈 전 청와대의전수석이 파커로 얼굴을 가리고 들어갔으며 이날 낮 12시께엔 허문도씨가 이 변호사가 절에서 타고 내려온 승용차 편으로 용대리 초소를 통과했는데 두 사람의 「교대시간」으로 미뤄볼 때 인근 원통리의 모처에 청와대측과 백담사간의 중간연락소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이날 백담사측은 「특별지시」를 시달해 외부인사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하는 모습이었으며 「예불」하러 온 일반신도까지 아예 출입금지. 전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왔다는 2쌍의 50대 부부는 『지난해 연말에도 왔고 이번 여름에도 왔었다』면서 『곧 하산할 것 같아 마지막으로 한 번 뵈러왔다』고 통사정을 했으나 거절당해 발길을 되돌리기도.
이들 부부는 『고향에서 올해 안에 내려온다고들 얘기해 새벽길을 달려왔다』면서 『하산준비하느라 몹시 바빠서 못 만나게 하나보다』며 나름대로의 해석.
○…이날 아침 7시께부터 보도진들이 용대리 초소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하자 초소에선 보도진들의 인원,차량번호 등을 「상부」에 속속 보고하는 모습.
초소경비를 맡은 경찰들은 기자들에게 『진짜 하산하느냐』며 역취재를 하는 등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으며 한 중견간부는 『전씨가 연내에 하산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기대감을 표명.
○…용대리 주민들은 「전씨하산설」에 문자 그대로 시원섭섭한 반응들. 등산객을 상대로 휴게실을 운영하는 40대 주부는 『그 동안 전혀 장사가 안 돼 고생했는데 막상 떠난다고 하니 섭섭한 마음도 든다』며 『덕분에 이곳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아무래도 등산객이 자유롭게 와볼 수 있어야지』라며 다행스러워하는 모습.
민박업을 하는 한 50대 남자는 『그 동안 관광객이 하루 수천 명씩 다녀갔지만 정작 자고 가는 사람은 없었다』면서 『예전처럼 빨리 등산명소가 돼야지』라고 기대.
○…그 동안 하루 20∼30여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하던 용대리 초소 옆 주차장은 최근 며칠 새 완전히 빈터로 변모. 10여 군데 벌려놨던 간이음식점은 철수했고 관광버스마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1월말 첫눈 때 20㎝ 정도 눈이 내린 이후 예년과는 달리 한 번도 눈이 내리지 않았던 이곳엔 이날 하오 2시께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해 20㎝ 이상 쌓였으며 밤늦게까지 그치지 않았다.
한편 이곳 주민들은 가끔씩 백담사에서 내려온 봉고차나 혹은 인편으로 산사로 가는 우편물이 배달되곤 했다면서 그 동안 백담사에 들렀던 신도들 중 일부가 전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연하장도 있는 것 같았다고 귀띔.<백담사=정병진 기자>백담사=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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