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입산과 하산/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입산과 하산/황소웅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0.12.26 00:00
0 0

『물러난 대통령이 퇴임하자 마자 비리의 주인공으로 국민적 비판의 표적이 되고만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하겠으며 국민 여러분의 어떠한 비난과 추궁도 모면할 길이 없어 속죄하는 뜻에서 재산 모두를 밝혀 국가관리에 맡기고 연희동을 떠나겠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88년 11월23일 전국 TV방송을 통해 이같은 말을 남긴 뒤 서울을 떠나 산사로 들어갔다. 그동안 2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산사생활의 단면들이 산발적으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심찮게 전해졌다. 그의 근황이 전해질 때마다 국민의 여론은 여러 갈래로 엇갈렸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하산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멀었다」고 욕하는 사람도 많았다.특히 작년 12월31일의 국회청문회 증언이 끝난 뒤에는 반발이 심했다. 「정치자금 내용 못밝힌다」「광주작전엔 관여 안했다」는 등 변명,부인하는 답변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증언 이후 꼭 1년만에 그의 하산설이 본격 거론되고 있다. 이번에는 노태우 대통령이 직접 선두에 나서 국민을 설득하면서 동시에 전 전대통령에게 하산을 권유하고 있어 하산은 이제 시간문제인 것 같다. 금년초 합당 당시만 해도 정색을 하며 반대했던 김영삼 민자당 대표위원도 『자연인으로 복귀하는 것이 나라의 장래를 위하는 일』이라며 찬성하고 나섰다. 평민당의 김대중 총재 역시 『전두환씨가 백담사를 나와서 어디서 살든 시비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여전히 강경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재야를 제외하면 그의 하산에 대한 여론은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같지는 않으나 묵인할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하더라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내려올 수 있는 상황을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하산 자체는 국민의 용서를 받는 절차로서 수긍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당장 연희동사저로 들어가는 것은 국민감정상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살던 집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속죄하는 뜻으로 헌납하겠다면서 털고 일어났던 집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연희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큰집이기 때문에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전 전대통령이 그집으로 다시 돌아오고 전투경찰이 삼엄한 경비를 펴고 시위대의 돌맹이와 경찰의 최루탄이 다시 난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차라리 내려오지 않는 것만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 여러분이 주시는 벌이라면 어떤 고행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 여러분이 가라고 하는 곳이면 조국을 떠나는 것이 아닌한 속죄하는 마음으로 어느 곳에라도 가겠다』고 한 2년전 입산시의 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 하산을 결정하면서 연희동이 아닌 제2의 조촐한 거처를 물색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