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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대한불만 심각할 정도”/통상특사로 미국갔다온 조순 전부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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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대한불만 심각할 정도”/통상특사로 미국갔다온 조순 전부총리

입력
1990.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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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비 억제 자생적” 도저히 이해 못해/경제정책 일관성 결여도 마찰의 원인/「게임의 원칙」지킨다는 자세 필요『지난해에도 한미 통상현안과 관련,미국을 방문했었습니다만 불과 1년만에 조야를 막론하고 모든 미국측 인사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한결같이 한국을 비판하는 것은 실로 대단한 충격이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최근 미국을 방문,미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언론연구소 및 민간경제계인사 등과 폭넓게 접촉,한미 통상마찰에 대한 우리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돌아온 조순 전 부총리는 최근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미국측의 대한 시각을 이같이 전하고 『따라서 한국측은 정부 및 의회 민간경제계 모두 국제경제체제 속에서 「게임의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기본입장에서 보다 더 큰 국익을 염두에 두고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미의 목적은.

▲정말 순수하게 미국의 각계인사들과 만나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또한 우리 경제 및 사회전반의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서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 대표,모스배커 상무장관,보스킨 미 대통령 경제자문위 의장을 비롯,워싱턴에서 한국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사들을 조야를 막론하고 모두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 조찬회 오찬 세미나 만찬 등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에 강행군을 했으며 이 가운데는 미국측의 요청으로 면담을 가진 인사들도 적지 않다.

­미국측의 한국 경제정책에 대한 시각은 어떠했나.

▲예상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었다. 미국은 워낙 다양성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대해서든지 소수의견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입을 모아 한국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앞으로 대미 통상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점으로 이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같이 미국측의 대한 감정이 나빠지게 된 원인은 무엇 때문이라고 보는가.

▲어떠한 일이든 하루아침에 변화하는 경우란 없다. 미국측의 대한 여론이 요즘 크게 악화된 것은 따지고 보면 농협만화,미국 승용차 구입자에 대한 세무조사설,백화점 수입코너 철거 등 작은 문제들이 조금씩 누적됨으로써 결국 순수한 민간차원의 과소비억제운동 마저도 정부개입으로 해석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실제 이상으로 증폭된 점이 없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사람들은 외제차 구입자에 대한 세무조사설이나 백화점의 수입코너 철폐 등이 민간차원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다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미국의 한 고위관리는 『한국이 한해에 수십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팔고 있으면서도 미국차 몇백대가 수입된다고 온 나라가 법석을 벌이는가 하면 하루아침에 갑자기 백화점에서 외제상품을 파는 매장이 없어지는 상황 등은 정부가 깊이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다』며 『만일 미국의 유명백화점에서 어느날 갑자기 한국산 상품 판매장을 철거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과연 한국측은 어떤 입장을 보이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만한 한미 통상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먼저 중요한 것은 우리 입장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일관성있는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일이다.

미국측이 한국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가 한국 경제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총론과 각론이 다르고 해당부처나 사안에 따라 서로 견해차이가 엄청나게 되니 도대체 어느 것이 한국측의 진의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다.

실제로 이점에 대해서는 우리들 스스로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대미 통상문제는 특정국가와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우리경제가 국제화시대에 본격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관문이다.

우리도 지금까지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버리고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부분에서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국제경쟁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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