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의 불편한 관계가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 같다. 통상마찰에서 시작해서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의견대립 그리고 요즘와서는 한소 수교 등 북방정책의 추진과정에서 생긴 오해가 두 나라 사이의 마찰과 불편한 심기를 더 심화시켜 놓았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미국측은 최근 우리나라에 대해 몇 가지 구체적 사항을 들어 강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그 불만의 도가 상호신뢰성에 금이 갈 만큼 강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미국측의 불만이 일부 오해에 기인하고,또 더러는 우리 경제·우리 문화풍습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인 것으로 생각되지만,이유야 여하튼간에 미국의 불만을 사게 된 우리의 자세나 태도에도 반성의 여지가 많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민간단체가 주동이된 과소비억제운동을 미국제품의 수입반대로 확대해석하는 오해 외에도 미국측은 우루과이·라운드에 대한 우리측 태도를 미온적이라고 비난하고 있고 북방정책의 빠른 진전과정에서 미국이 느낀 소외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들린다. 통상마찰과 관련해 대통령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다녀온 조순 전 부총리의 전언을 들어보면 미국측은 UR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이유로서 EC와 한국 등의 반대를 들고 있다는 것이며 한국이 그 동안 자유무역에서 이익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UR협상에 반대하는 것이 공정치 못하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측의 인식은 우리들의 경제사정과 농어촌 현실을 미국측에게 정확히 전달하지 못한 우리측에도 잘못의 일단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그마한 문제들이 오해의 근원이 되고 그런 오해가 누적되면서 한국의 자세나 태도가 미국측에서 부정적으로 비치고 확대되어 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방외교의 문제만 하더라도 우리 정부는 우리의 입장과 북방정책의 목적 및 경과,한소정상회담의 결과 등을 미국 조야에 설명하는 한편 한미 우호와 협조관계의 재확인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옳았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한미간 우호관계로 보아 그만한 성의 표시는 당연한 것이라고 믿어진다.
한미 두 나라는 오는 1월14∼15일 서울에서 경제협의회를 갖게 될 예정인데 그 자리에서 양측은 기존현안의 논의뿐만 아니라 양국간에 흐르고 있는 냉기류의 원인을 기탄없이 밝히면서 그 해소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오해가 있었으면 풀고,상대방의 납득을 구해야 할 것은 구해서 두 나라 사이에 벌어져 있는 거리를 좁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쌍방이 특히 명심해야 할 일은 문제를 절대로 감정적으로 부각시키거나 접근시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의 요구가 반드시 무리한 요구만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 미국측 요구가 모두 압력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인식을 시정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한소 수교를 계기로 한미 관계가 이제 재조정되어야 할 시기에 이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같이 전통우방과의 기본관계에 금이 가서는 안 될 것이며 정치·경제 모든 분야에서 오히려 양국은 더 굳은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가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 미국은 우리의 변함없는 그리고 서로 필요한 우방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