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대 총선거 때 각 정당 및 무소속 후보들이 전국에서 제시한 공약을 실현하려면 대충 1백조원이 소요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여기에 87년 1노 3김이 벌였던 대통령선거 때의 공약까지 합하면 그 소요비용은 가히 천문학적 규모가 될 것이다. 그런데 내년 봄에 있을 지방의회선거가 국회의원선거나 대통령선거 뺨치게 「공약을 남발하면 어쩌나?」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도 공약남발에서 오는 해악을 막아보기 위해 여당 후보의 경우 전국규모의 공약을 제시하지 못하게 하고 지역공약의 경우라도 사전 당정협의를 거치게 하며 이같은 뜻을 야당에도 설명,협조를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무책임한 공약의 양산과 남발의 우유증을 극소화하려는 정부의 뜻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상한 각오,확고한 실천의지와 구체적 대응책이 없이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요즘 전국 각지에서 출마예상자들은 벌써부터 광역의원의 경우 시·도청의 유치,대규모 공단 조성,의료기관 설립,서민주택 건설,농가재해 보상 등을,기초의원의 경우 일부 지방세 감면에서부터 법원과 검찰관서청 유치,특용작물 재배지원,교량건설 및 도로확장,지역개발 등 각종 공약이 남발하고 있다. 막상 선거 때가 닥쳐오면 얼마나 빈도를 더할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지방의원 출마자들간에는 시·도 의원은 10당5락(10억 이상 들여야 당선)이,시·군·구 의원은 5당2∼1락이란 말이 파다하게 번져 지방선거의 분위기를 엿보이게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방의회선거에서만도 5∼7조원의 돈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어 이것이 황당무계한 엉터리 「공약」들과 함께 그렇지 않아도 불황과 부진으로 허덕이는 우리 경제에 대해 물가앙등인플레 등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인지는 불을 보듯 확실하다.
따라서 다음의 조치들을 정권의 명운을 걸고 시행해야만 한다.
첫째는 철두철미한 공명선거의 실시다. 여당 후보라도 불법운동을 했을 때는 가차없이 실격,철퇴를 가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둘째 여당 후보부터 법정운동비용 외에는 뿌리지 않는,돈 안 쓰는 자세를 수범해야 한다. 정권의 보위와 차기 대권선거 준비로 보고 금품 살포에 앞장설 경우 선거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달을 것이다. 다음으로 후보공천의 공천권은 지구당의 평의에 맡겨 참다운 지방일꾼을 뽑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나 혜택의 대상,즉 공사 납품 용역 등에 관련된 인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후보로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끝으로 정당이 관여할 수 있는 광역의회의원선거의 경우 정당의 각시도지부별로 그 지역에 타당한 공약을 추출,엄선,정리하고 이를 중앙당이 종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남발되는 공약을 막고 결국 경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과 책임은 유권자에게 있다. 지역주민들이 후보의 참일꾼 여부를 정밀심사하고 또 홍수처럼 쏟아지는 지역공약의 진위를 가릴 때 엉터리 후보들의 터무니없는 공약들은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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