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세모정경처럼 그 구분이 확실하고 요란한 게 또 있을까 싶다. 오죽하면 너무 마셔 죽는 사람이 생기니 조심하라는 「망년회 경보」까지 나왔겠는가. 모두들 한 해를 너무 어지럽게 살아와 잊고 싶은 일도 많다는 공감이 폭음의 악습에 젖게 하고 스산스러운 뒷맛마저 남기는 것이다 때마침 한파마저 닥쳐 누구에게나 몸과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 어찌 잊고픈 일만 있겠는가. 본사 여기자들이 「올해의 여성」으로 「김밥할머니」 이복순 여사를 선정했다는 조간의 보도가 뒤틀렸던 속을 한결 훈훈하게 해준다. 『아들 대학다닐 때 새 양말을 사준 기억이 없어요… 그 재산은 돈에 녹이 슬도록 안 쓰고 모은 것』이라는 김밥할머니의 50억 재산쾌척 후일담에 가짜 아닌 「진짜 큰손」의 존재를 누구나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고 보니 2백40억원 규모의 임대아파트를 지어 기증한 30대 건설업체 대표들의 큰손도 생각이 난다. 이름없는 작은 토건회사를 경영하는 처지에 자신들의 과거고생을 생각하며 1천17가구의 임대아파트를 소년·소녀 가장들에게 기증키로 했던 것이다. 그래도 올 한해를 따뜻하게 만들었던 미담의 주인공들이 이들만은 아니고,그들 모두가 하나같이 고생하며 살아왔고 아끼며 돈을 벌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옛 가르침에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라』는 게 있긴 있다. 하지만 그걸 따르는 사람은 드물다. 가진 사람일수록 더 벌려 악착 같으면서도 쓰는 데는 생색이 앞선다. 또 큰손도 하고많은 세상이다. 부동산 큰손,증권게 큰손,정계의 큰손 등등…. 하지만 시중말로 왕창 벌어서는 눈꼽 만큼 쓰는 그런 손이란 기실은 조막손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회학에서는 흔히 오늘의 사회를 「이익사회」라고 규정한다. 선택의지에 입각한 사람들의 결합체여서 합리적·계약적 성질을 갖고 있지만 끝없는 긴장과 인간소외를 유발한다고 경고한다. 그러고 보면 김밥할머니 같은 분들은 그런 현대사회의 결함을 높은 선택의지로 극복해 보려는 선각자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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