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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합당후 첫 연말…“유난히 춥다”/의원들 세밑살림꾸리기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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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합당후 첫 연말…“유난히 춥다”/의원들 세밑살림꾸리기 이모저모

입력
199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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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씀씀이 커 울상 야 「긴축」 안간힘/YS 단골메뉴 멸치 DJ 연하장 20만장 JP 커피잔/연하장·선물에서 발로 뛰기까지○…의원들이 「세밑살림」 꾸리기에 부산하다. 연말이면 으레 지역구에 연하장이나 작은 선물을 돌려온 게 관행처럼 돼왔지만 올해의 경우 잇단 선거를 앞둔 데다 유권자들의 「기호」도 갈수록 높아져 이에 대한 「요량」은 의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민자당 의원들은 합당으로 관리대상의 몸집이 비대화,씀씀이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어 울상을 짓고 있으며 야당 의원들은 나름대로 「긴축살림」과 새 아이디어로 자금부족의 핸디캡을 메워나가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의 「세밑 선물」 필수품인 연하장 1장의 경우 지난 5월 우편요금이 25% 인상된 데다 달력 제작비도 1장당 5백∼7백원에서 7백∼1천원으로 올랐다는 것.

여당 의원들은 후원회의 지원 또는 당지도부의 세밑 대책비 지급 등으로 그럭저럭 적자를 면하고 있으나 합당 후 첫 겨울을 맞는 야당 의원들에게는 특히 「춥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민자당 의원들의 연말인사는 크게 연하장 돌리기와 수천 원 단위 선물,송년모임 등 각종 세밑행사 참석 및 「격려」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은 지역구 특성이나 개개인의 정치적 위상에 따라 편차가 적지 않아 적게는 1천만원,많게는 1억원대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 볼 때 올해의 경우 눈에 띄는 특이점은 내년 3월께로 예상되는 지자제선거를 의식,「촌성」의 강도와 투약시기를 저울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풀어 말해 의원들의 선물돌리기는 특히 지방의 경우 명절분위기가 나는 추석과 민속의 날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선거를 감안한 「약효」를 고려할 때 내년 설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연말엔 인사장 정도로 체면치레만 하겠다는 의원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형편.

또 하나의 양상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변신한 민주·공화계 의원들이 민정계 조직을 흡수하다 보니 챙겨야 할 식구가 두세 배씩 늘어나는 바람에 당장 자금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 물론 야당시절에도 지역유권자 전체를 상대로 연하장을 띄웠고 파출소 등 관내 요로를 격려해왔지만 여당이 되다 보니 격려의 「단위」와 숫자가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라는 것이며 드러내놓고 손을 벌려오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

이들은 한결같이 『돈은 돈대로 훨씬 많이 들고 돌아봐야 할 곳이 많아 발은 발대로 부르틀 지경』이라며 여당조직관리의 어려움을 새삼 깨닫겠다는 표정들이다.

○…우선 개략적으로 보면 연하장·달력 등 기본품목 외에 쟁반이나 비누·우산·소형자개상·전자계산기 등 선물의 종류도 다양한 편. 이를 지역구 전가구에 돌리는 경우 대체로 2∼3천원 정도,점조직식 투여의 경우엔 5천원 선으로 마련하는 게 일반적 추세이다.

김영삼 대표는 10만여 장의 연하장 외에 부친 김홍조옹이 경영하는 어장에서 멸치액젓을 공급받아 이미 소속의원들에게 돌린 바 있고 사무처 요원들에게는 멸치를 선물할 계획인데 「상도동 멸치」라면 정가에서 성가가 알려진 품목. 그러나 12월 들어 2백여 건의 일정을 가진 김 대표의 연말 씀씀이를 미뤄볼 때 멸치선물이나 연하장은 상징적 의미밖에 못 가진다는 의견이 지배적. 김종필 최고위원은 지역구와 당원에게 5만여 매의 인사장을 돌렸으나 지구당 당직자들을 위해 커피잔 세트를 준비할 방침. 전국구인 박태준 최고위원은 의례적 인사보다 「연」을 가진 국내외 인사 1천5백여 명에게 연하장을 발송했으며 여야 의원들에게 멸치젓갈을 보낼 예정.

정순덕 사무총장은 「염가의」 연하장 외에 당원들에게 2천원대 전자계산기를 선물할 계획이며 김윤환 총무는 김장용 마늘배포를 이미 완료.

○…연하장 발송숫자는 대도시 의원의 경우 적게는 5만,많게는 10만장을 넘어서 의원들마다 절약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기성카드를 구입하기보다 본인들의 직접 휘호나 사진으로 인쇄만 맡기는 예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비용이 1장당 1백원까지 절감될 수 있다는 얘기. 또 금년엔 인사장 대신 실용적인 달력을 다량 제작,배포하는 경우(김진재 의원 등)가 적지 않으며 기업체 달력을 확보,본인들의 스탬프를 찍어 발송하는 사례(김덕룡 의원 등)도.

반면 분구가 예상되거나 지역구 분규가 있는 곳에선 현역위원장과 해당지역을 희망하는 사람들간에 연말인사를 맞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박철언 의원,김복동씨,최재욱 의원 등이 뛰고 있는 대구지역이 특히 심하다고.

○…평민·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에게 있어 연말연시는 마치 홍역을 치르는 것 같다. 여당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이 열세인 데다 특히 지역구 의원의 경우 라이벌인 지역구 민자당 지구당 위원장들의 「인사치레」와 직접 비교되는 관계로 더욱 곤혹스러워한다.

각 가정으로 돌리는 「선물」은 금방 소문이 나버려 선물보다는 집회나 망년회 등에 참석해 일괄적으로 위문품을 전달하거나 20∼30만원짜리 봉투를 놓고 나오는 게 오히려 자금부담이 덜해 대부분 의원들이 이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이 경우 야당 특유의 「몸으로 때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또 그 동안의 활약상까지 곁들여 발표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러나 연말연시란 특수성 때문에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연하장 우송. 간간이 형편이 나은 의원들이나 평소의 지명도가 낮은 전국구 의원들은 캘린더까지 첨부하기도 하나 그 수는 많지 않다.

「경력」이 높아질수록 대상은 많아지게 마련이어서 초선의원의 경우 대개 2만장,고참의원은 많게는 7만장에 이르는 연하장을 발송하고 있다.

○…평민당의 경우 김대중 총재는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서명날인한 신년인사장을 이미 10만장 이상 발송했으며 연말까진 20만장을 넘어설 것이라는 설명.

김 총재는 각 지구당별 귀향활동비로 지난 15일 이미 2백∼3백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했고 중앙당 사무처 요원에게도 「격려금」을 나눠줄 계획이어서 적지 않은 출혈을 각오하고 있어야 할 판.

김 총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3당합당 이후 더욱 어려워진 자금사정 때문에 「선물」의 양과 질보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효율극대화에 크게 신경을 쓰며 그 결과 값비싼 연하장보다 특성있는 카드를 개발하고 선물의 경우도 극히 일부지만 자신들 지역구 특성을 알릴 수 있는 특산품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한지에 자필 덕담을 인쇄해 돌리는 고전적인 방법(손주항 의원)에서부터 연하장 뒷면에 김 총재와의 기념촬영사진을 박아넣은 방법(양성우 의원)까지 다양한 편.

선물의 경우도 김·젓갈·쥐포 등 해산물에서부터 소형도자기까지 각양 각색. 평균 5천원 정도짜리로 해서 2백∼3백개씩 돌리되 주로 자기지역 특산물을 선전 겸 이용한다는 것.

「아이디어상품」 케이스로 김태식 의원의 경우 독자적인 캘린더 제작이 어려워 각 은행으로부터 1∼2천부씩 기부받아 자신의 낙관을 일일이 찍어넣어 우송하기도 하고 신순범 사무총장은 한장짜리 대형달력을 7만부 인쇄했다.

그러나 이같은 「돈이 많이 드는」 작업보다 발로 뛰는 행동에 주력하는 것이 일반적 사례. 서울의원의 경우 망년회·동창회 등에 참석해 「비용」조로 봉투를 두고 나오거나 시골출신 의원의 경우는 양로원·경로당에 TV를 선사한다거나,소년소녀가장에게 담요나 쌀 보내기로 인사에 대신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이 당부활작업에 묶여 이같은 「몸으로 때우기」에도 크게 한계를 느끼고 있는 형편.

다만 김정길 의원은 예년처럼 부산 영도 산동네를 산타클로스복장을 갖춰입고 돌아다니면서 학용품을 나눠줄 계획이며 미국에 체류중인 이기택 전 총재는 측근들을 통해 연하장 10여 만 장을 돌리는 것으로 세밑을 때울 예정이다.<정병진·이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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