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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접근의 새부담 「대미·일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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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 접근의 새부담 「대미·일 관계」

입력
199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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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외교성과,전통우방엔 부정적 영향/미 “소의 남진정책” 우려… 감정측면도/일 “소와 경협 보조 맞추자” 한국에 요청/정부,뒤늦게 불만무마 부심… “균형외교 필요”한소 관계 급진전으로 북방외교에 있어 괄목할 성가를 올린 정부가 이번에는 그 반작용으로 미·일 등 전통우방과의 「균형외교」에 부심하고 있다.

한소 수교에 이은 노태우 대통령의 방소와 모스크바선언 등 일련의 한소간 접근과정은 상대적으로 미·일 등 우방과의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는 통상마찰로,일본과는 일­북한 관계개선 문제로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터에 소련은 아직도 「미지의 나라」로 국민일반에 혼란스러울 정도로 빠르게 다가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이같은 국내분위기가 미일 등 기존우방과의 관계소원 또는 소련편향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하는 듯하다. 또한 이들 우방이 실제로 한소 관계급진전에 유쾌해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어서 정부의 행동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한소 관계발전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좋은 일」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예상밖의 한소 관계급진전이 미일 등에 상당한 외교적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는 게 외교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 대통령의 방소와 관련,미 정부가 아무런 논평을 내지 않았던 점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우선 45년 맹방인 한국에 소련이 무임승차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한소 관계개선에 대해 이중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동서탈냉전과 국내경제의 어려움이라는 현상황에서 지역분쟁을 극소화하면서 강대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으로서는 한소간 어느 정도의 접근을 방조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소의 접근이 소련의 한국 및 동북아에 대한 영향력 증대로 나타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소련이 주장하고 있는 동북아 집단안보체제와 한반도 비핵지대화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의 집단안보체제 또는 군축논의가 이 지역에서의 미해군력의 약화를 겨냥한 소련의 전략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나 주한미군 철수주장도 현단계에서는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는 듯하다.

미국은 소련의 대한 접근이 궁극적으로 소련남진정책의 일환으로 이어지는 것에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소간 급속한 접근에 부담을 느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리적 측면 외에 미국은 감정적으로도 한소 접근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는 심정적 불만은 「미국시장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소련에 넘겨주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미국측의 반응은 통상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일본이 한소 관계진전을 보는 시각도 곱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소련이 대일 관계를 의식,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일본은 내년 4월로 예정된 고르바초프의 방일을 계기로 오랜 현안인 북방 4개도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와 관련,일본은 한국이 소련과의 경협에 있어 일본측과 보조를 맞춰줄 것을 우리측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 한소정상회담시 비밀을 유지했던 우리측에 불쾌감을 나타냈던 일본으로서는 이번 노 대통령 방소 성과에 유쾌한 심정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한소 관계급진전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급속히 추진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한소 관계를 명분으로 북한과 수교를 서두를 경우 우리측은 남북한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점을 들어 자제를 요청할 방침이나 그 실효성은 의심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북한과의 예비회담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전후 45년 배상문제를 배상금지급 지연에 대한 이자형식으로 모호하게 해결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미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문제가 최대장애로 등장할 것이지만 일본이 대북 수교에 적극성을 보인다면 이 문제도 쉽게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일­북한 수교는 일본외교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데다 미국 자체가 일본의 적극적인 대북 접근에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측의 핵불사용선언 요구에 타협안을 제시할 경우 핵안전협정 가입문제는 의외로 빨리 풀리 수 있다.

정부는 이처럼 미·일 양국이 우리의 발빠른 대소 접근에 불만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식,이들 우방과 사전사후 협의를 통해 오해를 없애려 하고 있으나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노 대통령 방소 후 성과설명을 위한 특사를 뒤늦게 파견함으로써 과거 미소정상회담 결과를 즉시 설명해주던 미국 등에 오해를 가중시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전문가들은 한소 관계개선이 한반도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로 인해 기존우방과의 관계가 소홀해진다면 장기적으로 이롭지 않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향후 2∼3년간 급변하게 될 한반도 주변정세 속에서 우리나라가 구한말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중심 있는」 균형외교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외교가의 목소리가 높다.<정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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