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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짓만 골라하는 국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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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짓만 골라하는 국회(사설)

입력
1990.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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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23% 인상 이어 외유러시일찍이 19세기의 작가이자 독설가 마크·트웨인은 미국의회를 「확실한 미국 본토박이 범죄집단의 소굴」이라고 악담을 퍼부은 일이 있었다. 국내에서도 성인 국민의 70% 이상이 정치인을 「가장 부패한 계층」이고 「가장 싫은 직업」이라고 꼽았다는 통계가 나왔었다.

이처럼 의회의 기능이나 정치인의 위상에 관해 나라 안팎에서 회의론이 팽배한 이때 우리 국회의원들이 정기국회에서 그만큼 미운짓을 한 것도 모자란다는 듯 대거 외유에 나선다는 당찮은 소식이다. 구설수에 오른 의원은 9개 상임위소속 50여 명과 개인자격의 비공식 해외나들이 등 모두 80여 명에 이르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행 당사국들도 손님받기를 꺼리는 연말·연시에 굳이 의원들이 여행을 강행하는 이유마저 정말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예산에 책정돼 있는 의원 외교활동비를 국고귀속 전에 쓰고 보자는 구실에다 얼마나 열심히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위로여행」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고 한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의 핑계요,국민을 우습게 아는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의원 스스로의 우거는 국민들의 정치 및 국회불신 풍조를 가중시켜 정치의 설 땅을 잃게 할 것이어서 민주정치의 장래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하다. 지금이라도 의원들 스스로 외유계획을 취소,국민의 대변자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식과 염치라도 보여줄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바이다.

국민들은 민주정치를 한다는 6공에서 국회가 해놓은 일이 과연 무엇인지 모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초기 4당 시절의 교착도 모자라 거대 여당출범 후에는 사퇴정국으로 할 일을 팽개쳤고,겨우 이번 정기국회를 맞아 등원이 이뤄졌으나 1백일의 회기 중 70일을 허송한 뒤의 일이었다. 그나마 30일 동안 해낸 일이란 예산안의 졸속처리와 법안의 무더기 통과에 자신들의 세비나 23%씩 올려놓은 것뿐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일이 남아 있다. 여당이 추진중인 국회의원 의석늘리기이다. 할 일은 외면한 채 미운짓은 골라하면서 의원수를 3백30명까지 40석이나 늘리겠다는 것이다. 염치가 아직 남아 있다면 차라리 의석을 줄여 낭비라도 없애겠다고 해야 마땅한 데 세비인상도 모자라 선거구 증설마저 기도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지금 할 말을 잃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의회의 기능에 관해 세계적으로 회의론이 팽배해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출범 당초 국민을 대변하는 봉사자의 위치에서 지금은 나라돈을 축내면서 파벌이나 정파 또는 개인적 영화를 위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리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 때문에 올 들어 미국에서는 몇몇 주의회의 경우이긴 하지만 의원과 공직자의 임기를 제한시키자는 국민투표안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우리 정치인이나 의원들의 몰염치야 선진 미국과 비할 바 못 된다. 이번 세비인상에 이은 무더기 외유 러시로 가히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 당장이야 그들에게 자숙과 반성을 촉구할 따름이지만,이제는 그런 의원들을 뽑는 국민들이 더 정신차려야 마땅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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