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공휴일… 상가마다 흥청/종교의미 상실 “장사거리 일뿐”국민의 절대다수가 비기독교도인 아시아의 주요국가들에서도 크리스마스는 연말연시와 연결되는 대단한 축제이다.
전통적인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올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달전부터 대형백화점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들을 내걸고 분위기 고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콕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로빈슨 백화점앞에는 28미터 높이의 대형 트리가 수천개의 전구를 밝히며 서 있고 산타클로스복장을 한 남녀가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
기독교도가 7%에 지나지 않는 말레이시아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콸라룸푸르의 메트로자야 백화점은 캐롤합창단과 시청밴드를 동원,하루종일 캐롤을 들려주고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은 거리에서 사탕과 풍선등 선물을 나누어 주고 있다. 백화점 정문에는 야광풍선으로 만들어진 10미터 높이의 요정이 지나가는 손님들의 눈길을 끌고 소형대포가 색종이와 반짝종이 가짜눈 등을 뿌리며 축제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일본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으로 대부분의 상가와 가정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준비하고 아이들은 선물이 담길 커다란 양말을 걸어놓는다. 기분을 낼 줄 아는 부부들은 양식집에서 특별 저녁식사를 하고 일류호텔에서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낸다. 최근 일본의 한 잡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40세 이하 일본인의 절반이상이 크리스마스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힌두교도가 대부분인 인도나 상업도시 홍콩,싱가포르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아기예수를 제외한 모든 크리스마스 상징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 국가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는 거의 상실했다. 크리스마스는 상업적 축제일 뿐이다. 모든 상가들은 예수의 탄생이라는 본래의미는 거의 무시한 채 환상과 소비의 축제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기를 쓴다. 전통적으로 구정을 즐겨왔던 홍콩에서조차 이제 구정은 가족축제,크리스마스는 소비축제가 됐다. 몇년전까지만해도 구정과 크리스마스경기는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매출액이 구정보다 20∼30%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이처럼 최대의 대목이 된 것은 이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휴일로 지정된데다 두둑한 연말보너스를 노리는 상인들의 부추김이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상점도 이 절호의 찬스를 놓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태국의 백화점업체인 말그룹은 올해 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백화점 치장에 88만달러를 들였는데 이 백화점은 올해 전체 매출액의 30%를 크리스마스 대목에 기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메트로자야 백화점도 18만5천달러의 대목비용을 들였다. 이 백화점은 자동으로 움직이는 요정,천사,꼬마요정,순록,「눈의 여왕」등을 미국에서 수입했다. 투자한 만큼 수익을 올릴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크리스마스분위기를 지역마다 특성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도 광고효과를 높인다.
싱가포르의 바닷가에 위치한 마리나스퀘어에서는 빨간 외투를 입고 턱수염에 금빛 꼬리를 가진 「산타인어」가 대인기다. 도쿄의 와코증권사에는 크리스마스 상징색인 빨간 팬티와 긴 녹색망토를 두른 젊은 여성이 날개를 달고 천사와 양들에 둘러싸여 있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그 아래에 씌어있는 문구가 시선을 끈다. 『날아올라라! 보너스여』
크리스마스는 대부분의 아시아인들에게 단지 또하나의 장사거리를 제공할 뿐인 듯하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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