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의 관가공무원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개각설 때문이다. 해마다 정기국회가 끝난 뒤 나오던 연례적 개각설 정도를 넘어 이번 경우 내년부터 집권 후반기로 접어드는 노 정권의 정리기와 관련,개각의 폭이 전면적일 것이라는 관측 때문에 동요의 폭 역시 그 만큼 큰 모양이다.우리는 여기서 국무위원의 인사권자인 노태우 대통령에게 간곡히 촉구하고자 한다. 진정 정부개편의 의사가 있다면 개각은 빠를수록 좋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자제 때문에 지방공무원들이 안절부절하기 시작한 터에 중앙관서 공무원까지 흔들리면 나라의 행정은 공백을 면치 못한다. 행정마비현상은 결국 사회전체로 파급돼 안정기조를 뒤흔드는 부정적 요소로 부각될 것인만큼 개각설이 1개월을 끈다면 그간의 국력낭비와 소모는 그 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개각이 없다면 그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도 방법이나 그 말을 곧이 듣는 사람이 없다는 게 치명적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인사는 국가통치와 정치의 근본이요 출발이다. 올바른 인사는 곧 통치와 정치의 반 이상의 성공을 의미하며 잘못됐을 때는 모든 혼란과 불안의 싹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인사에는 반드시 두 가지 원칙이 있다. 적기의 단행과 적재의 발탁이 그것이다.
즉 적절한 시기에 개각을 단행했을 때는 국가적 분위기를 일신할 뿐더러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유능한 인재의 기용은 국정운영의 효율화는 물론 국민에게 희망과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건국 이래 역대 집권자들의 인사솜씨는 사람에 따라 일장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적기와 적재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국민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소위 「민주적 인사정신」을 내걸었던 6공도 예외가 아니었다. 5공의 경우 필요할 때는 개각시기가 아니라도 「보각형식」으로 언제든지 각료를 바꾼다면서 마구 인사를 단행,정책수행의 일관성을 잃게 하고 국민의 불신을 샀다면 6공의 인사는 지나치게 지리하게 「설」을 늘어뜨려 국민을 지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6공출범 9개월 만에 이현재팀을 강영훈 내각으로 바꾼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강 내각 발진 6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당직개편설이 나돈 지 근 4개월 만인 7월19일께 가서야 6개 부처 장관을 경질한 것과 작년말부터 시작된 개각설이 민생난 등 이른바 「총체적 난국」으로 온국민이 불안 속을 헤맨 다음인 금년 3월 하순에야 부총리 등 15개 부처를 바꾼 것으로 나타난 것 등은 실기의 표본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앞으로 탄생되는 개각의 의미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례적인 물갈이가 아니라 노 대통령으로서는 5년 단임중 내년이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어 어쩌면 노 정권의 활동을 정리하고 마무리 짓는 마지막 내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기연장에 의한 공무원사회의 파장과 동요는 극소화돼야 한다. 더구나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되는 지자제선거에 따라 시장·군수 등의 무더기 해임과 지방공무원제도와 운영의 재편으로 벌써부터 2만5천여 명의 지방공무원들이 자신들의 보직 등 신분보장에 대한 걱정으로 일손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현실을 중시해야 한다.
과거 1천년을 중앙집권체제 아래서 산 우리나라에서 지자제는 하나의 혁명이기 때문에 그 부작용과 반작용이 엄청나리라는 것을 정부는 충분히 예측해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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