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실각설… 중국의 진통 상징/막후의 노선·권력투쟁을 반증/보혁균형 유지 안정회복 노력/7월 이후 은둔… 등이후 대비 「영원한 칩거」 가능성부도옹 등소평은 아무 공직도 갖고 있지 않다. 86세의 고령탓일까, 그는 작년 11월 마지막으로 지키고 있던 중앙군사위 주석자리를 내놓은 후 일선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을 뿐 아니라 이제 공식석상에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11일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를 만난 것이 마지막이다. 그런데도 70년대 말기 이래 늘 그렇듯 지금도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여전히 등의 이름석자를 떼어 놓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금년들어 거의 2∼3개월마다 되풀이된 「사망설」,「중병설」 등 그의 건강과 거취를 둘러싼 일련의 소동들은 바로 「등소평의 중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하나의 반증이다.
이러한 소문들은 단순한 와전일 수도 있고,그가 모습을 나타내거나 건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하기 위한 서방언론의 의도적인 오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소문들의 뒤에 숨어있을 수 있는 또한가지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같은 소문의 유포가 당내 노선투쟁,또는 권력투쟁에 따른 내부 특정세력의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애드벌룬일 수 있다는 점이다.
등은 공식적으로 완전히 은퇴했지만 여전히 당최고권력의 상징이며,막후 실권자로 정국의 안정과 현상유지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생사문제나 건강상태는 당내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쟁을 획책하는 어떤 세력에나 중요한 고려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정치국원은 물론 정치국 상무위원들 가운데서 조차 과연 요즘 등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있는지 여부가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이다.
등을 칩거에서 끌어내거나 적어도 건강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한 의도적 소문의 유포가 당내 어떤 세력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가정은,작년 하반기 이후 중국정국의 동향을 그의 중병설,그리고 이를 부인하기 위한 공석출현이라는 일련의 숨바꼭질의 과정을 연결시켜서 살펴보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중국은 지금 작년 6·4천안문사태 이후 진운과 이붕으로 대표되는 강경 보수세력이 줄곧 대세를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
등은 자신의 개혁노선의 착오와 결함을 공격하는 강경 보수세력과 타협,작년 6월말의 4중전회에서 조자양의 후임 총서기로 강택민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강은 당내 각파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이지 반드시 등만의 심복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등은 강택민을 총서기로 세우면서 가장 믿을만한 측근 이서환을 정치국 상무위원에 앉혔고,보수계 원로들은 이에 동의하는 대신 송평을 역시 정치국상위에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은 원래 주은래의 측근으로 등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정치적 노선은 강경 보수쪽에 더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종전 5명이던 정치국 상무위원은 이처럼 조자양 호계립이 빠지고 대신 강,이,송 등 3명이 들어가 6명이 됐고 취약하나마 양파간 권력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었다.
등은 당최고권력기구인 정치국상위에 대한 응급수술만으로 쫓기듯 4중전회를 끝낸 뒤,같은해 9월 다시 소집키로 했던 5중전회는 양파간 세력투쟁의 격화조짐과 함께 등의 중병설이 끊임없이 나돌면서 연기를 거듭,11월에야 소집됐다.
그는 이해 11월9일 당중앙군사위에 참석,강택민에게 주석의 자리를 내준다.
등은 6중전회 직전인 지난 2월17일에도 2개월 반동안의 칩거를 깨고 홍콩기본법 기초위원들을 공개 접견했으며 그 3개월 뒤인 5월14일(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21일(슈미트 전 서독 대통령),그리고 다시 두달 뒤인 7월3일(북경 아시아선수촌 참관)과 21일(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 각각 공석상에 모습을 나타냈었다.
오는 25일 소집될 것으로 알려진 7중전회를 앞둔 여러가지 상황은 얼핏보아 이런 전례들과 닮아 있다.
아시안게임 뒤 바로 10월중 소집되리라던 7중전회는 두달이상 지연돼 왔고 지난 11월 중순부터는 또다시 등의 중병설이 유포되고 있다.
25일의 회의소집을 바로 눈앞에 두고 인민일보는 지난 18,19일 연이어 고적 사장과 전국정협 주석 이선념,중고위주임 진운 등으로 에스컬레이트 시키면서 그들의 논문이나 당내부 연설 등을 게재,과거 개혁·개방노선의 착오를 비판하고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찬양하는 일대공세를 펴고 있다.
그렇다면 등소평은 또다시 직접 개입에 나설 것인가.
이에 관해서는 작년말 이후 중국의 객관적 정세변화를 들어,그렇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것은 중국이 지금 국내정세의 안정과 함께 지난 가을 아시안게임의 성공과 특히 페르시아만 사태를 통해 6·4 이후의 외교고립을 벗고 국제사회에 재등장,강대국의 이미지를 다시 구축하고 있는 정도가 됐다는 점에서이다.
이런 객관적 정세변화로 미루어볼때 이번 7중전회를 앞둔 노선투쟁은 등을 직접 표적으로 한 본격적인 권력투쟁이기보다,안정을 앞세운 커다란 타협의 국면아래서 등이후에 대비한 「자리의 싸움」일 공산이 크다.
따라서 등소평은 이번에는 직접 개입하기 보다는 자신의 사후 당의 진로를 그려본다는 생각으로 칩거를 계속할 듯하다.<홍콩=유주석특파원>홍콩=유주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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