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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황에 얼어붙은 꽃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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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황에 얼어붙은 꽃시장

입력
199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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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대응작물 지정 재배농 크게 늘어/공급과잉으로 가격 여름부터 하락세/정부 화환규제로 “설상가상”○…꽃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여름이후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던 꽃값이 겨울 비수기에 들어서 더욱 떨어져 꽃재배농가와 꽃상인들이 울상을 짓고있다.

예년같으면 겨울 비수기중이라도 성탄절을 전후해 「반짝 장세」가 있게 마련이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없어 꽃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꽃생산기반은 꾸준히 확충되고 있는데 반해 수요는 정부의 과소비억제시책 등으로 인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

이같은 꽃시장 결빙상황은 특별한 전기가 없는한 내년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꽃재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최근 꽃값은 지난해 이맘때의 절반수준으로 폭락한 상태.

서울 남대문 대도꽃상가,서울 강남터미널 지하꽃도매상가 등 국내 꽃시세를 주도하고 있는 주요도매시장이 한결같은 모습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들 시장에서 거래되는 꽃도매값은 국화의 경우 한묶음(20송이)에 1천∼2천원. 지난해 이맘때 국화도매값은 한 묶음에 2천∼4천원이었다.

장미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최근 도매시세가 10송이당 2천원선으로 지난해 동기의 2천5백∼4천원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졌다.

꽃값 폭락양상은 세밑으로 다가가면서 더욱 짙어지는 추세.

튤립의 경우 지난주초까지만해도 10송이에 3천원하던 것이 이번주에는 2천원으로 1주일사이에 30%이상이 하락했다.

아이리스도 10송이당 1천원으로 1주일전의 1천5백원보다 5백원이 떨어졌고 안개꽃,거베라 등도 한묶음 또는 10송이당 5백원이 떨어지는 등 대부분의 꽃값이 지난해보다 폭락,바닥세를 보이고 있다.

○…꽃값이 이같이 떨어지면서 1차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전국의 화훼 재배농가들. 화훼재배농가들은 더욱이 페르시아만 사태로 국내기름값이 오르는 바람에 비닐하우스난방비 등 생산원가가 급등한 가운데 꽃값은 오히려 떨어져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대다수의 화훼농가가 생산비도 못건지는 헐값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꽃을 처분하고 있는 실정.

꽃도매·소매상들도 아우성이다. 수요가 절대적으로 줄어 판매량이 격감하고 있기 때문. 일부 상인들은 시장침체국면이 풀릴 기미가 도무지 안보인다며 철시할 준비까지 하는 최악의 모습들이다.

○…꽃값이 이처럼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은 수급차질에서 비롯되고 있다. 생산이 소비를 훨씬 웃도는 공급과잉사태가 지난 여름이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화훼관계자는 소비감소에 대해 정부의 화환규제조치를 제1의 원인으로 꼽고있다.

보사부가 지난 7월 과소비 억제시책의 일환으로 결혼식 장례식 등 행사용 화환 사용에 대해 화환숫자등까지 못박아 엄격히 규제하면서부터 꽃시장에 불황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는 것.

꽃재배농가나 상인들은 화환규제조치에 대해 『외제사치품 등 진짜 과소비요인에 대해서는 팔짱만 끼고 있는 정부당국이 엉뚱한 곳에 행정력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반면 화훼공급량은 재배농가확대·생산성향상 등 생산기반확충으로 인해 올들어 특히 부쩍부쩍 신장되고 있는 실정.

화훼불모지였던 강원도내만 하더라도 지난해 82가구 23㏊에 불과했던 화훼농업규모가 올해에는 2백가구 50㏊이상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확대추세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

경기 이천군에서는 최근 1만4천여평규모 화훼단지준공식이 있었고 강원 춘성군에는 2만2천평규모의 대단위 화훼단지가 내년에 조성될 예정에 있는 등 전국각지에서 도당국 등의 주도아래 화훼단지 조성붐이 일고 있다.

정부에서 이처럼 화훼단지 조성을 적극지원하는 것은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등 농산물 개방화에 맞서 화훼류가 가격·품질면에서 대외경쟁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정부는 화훼를 개방대체작목으로 이미 지정,각종 지원책을 펴고 있다.

○…화훼산업관계자들은 최근 화훼산업불황에 대해 『정부가 수입개방대응작물로 화훼산업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화환규제 등 엉뚱한 시책을 펴는 것은 부처간 손발이 안맞는 모순된 정책』이라며 『화훼류가 해외수출 등 대외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내수시장이 활성화돼 안정된 생산­소비의 수급기반을 다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송태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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