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 달리 특별상여금 한푼도 못받고/내년 주가전망 불투명에 개편불안 겹쳐90년 증시폐장일을 불과 이틀 남겨놓고 증권사 임직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1년여 동안의 증시의 장기침체로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데다 연말을 맞아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두툼한 상여금봉투를 주머니에 넣고 뿌듯한 기분을 만끽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예년과 달라진 주머니 사정으로 더욱 추운 겨울을 맞게된 것이다.
지난 몇년동안 증시의 유례없는 호황으로 정기상여금외에 매년 2백∼6백50%의 특별상여금을 받아왔던 증권사직원들은 올해에는 5백∼7백%의 정기상여금외에 한푼의 특별상여금도 받지못했다. 물론 특별상여금이 회사의 영업실적이 좋을 경우 이익분배차원에서 주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올해에도 특별상여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그러나 문제는 상대적 빈곤감이다. 증시가 최대의 활황을 누렸던 88사업연도(88년 4월∼89년 3월)에 25개 증권사의 평균 상여금은 1천1백%,최대 1천4백50%까지 나왔다. 증시가 점차 하락국면을 보였던 지난사업연도(87년 4월∼90년 3월)만해도 평균 8백40%로 25개 증권사의 평균 정기상여금이 6백40%인 점을 감안하면 2백%가량의 특별상여금을 추가로 받았던 것이다. L증권 이모대리(29)는 『지난해에는 명절을 앞두고 비누,치약 등 계열사 상품도 함께 나눠 줬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없어졌다』며 다소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기상여금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증권사에서는 우리사주대출금상환을 위해 50%씩 일률적으로 떼어내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절반밖에 안된다. 거의 모든 증권사직원들이 회사로부터 1천5백만∼2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부·점장급의 경우 외부차입금까지 합하면 대출규모가 4천∼5천만원선에 이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88·89년 호황기때 최고가로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로 주가가 큰폭으로 빠짐에 따라 지금 당장 처분한다 하더라도 차익은 커녕 수백만원의 「생돈」을 밀어넣어야 겨우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처지다.
그래도 장기간 회사에 몸담을 대부분의 남자직원들은 주가가 오르면 손실이 보전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만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둬야하는 많은 여직원들은 결혼자금 마련은 고사하고 빚더미만 안게된 꼴이다. 더구나 88년이후 우리사주보유자는 3년이내 처분을 못하도록 돼있어 우리사주가 「노비문서」로 전락했다는 냉소적 표현이 유행. 우리사주를 처분해 아파트를 장만했다느니 수천만원을 챙겼다느니 하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올해의 경우 특히 임금인상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여 증권사 직원들은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됐다. 최근 임금협상을 대체로 마무리지은 대우,동서증권의 경우도 당초 임금동결방침을 고집하며 협상에도 응하지 않던 회사측과 철야농성 등 끈질긴 「투쟁」끝에 겨우 5%인상이라는 양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적자상황에서 임금인상이 말이나 되느냐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었지만 노조측은 『경영적자는 단지 허울좋은 명분일뿐 회사측이 노리는 것은 대외적인 이미지나 선전효과일 뿐』이라며 『실질소득은 보장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맞섰다. 10여개의 중소형사가 현재 임금협상을 진행중이나 이들은 회사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영세한 만큼 더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 10월 「깡통계좌」정리를 현장에서 겪어야 했던 영업점 직원들은 연말을 보내는 심정이 더욱 착잡하다.
「깡통계좌」정리과정에서 겪었던 고생도 고생이려니와 고객과의 인간적관계때문에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까지 고객의 손실금을 보상해줘야 했기 때문이다.
D증권 대전지점의 김모과장(34)은 자신의 아파트까지 처분,3년 가까이 거래해온 고객의 손실금 3천여만원을 보상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친구나 대학은사 등 가까운 친지들이 「믿고」맡긴 돈이 원금도 못찾게 돼 수십만∼수백만원의 자기돈을 보태준 경우도 많다는 것.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올해 상당수의 직원들이 증권계를 떠났다. 물론 증시자체가 속성상 등락이 심한 곳이고 거기에 매력을 느끼는 직원들도 많지만 활황기의 외양만 보고 몰려든 소위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사원들은 올 한해내내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5개 증권사 임직원수는 지난 3월말 현재 최고 2만6천65명을 고비로 매월 감소,11월말에는 8백22명이 줄어든 2만5천2백43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주가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던 9월에는 2백91명이 증권사를 빠져나갔고 10,11월에도 「깡통계좌」정리,내년 증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각각 1백명 이상씩 줄었다.
남아있는 대다수의 직원들도 내년에 있을 증권산업개편과 불투명한 증시전망 등으로 기대반,불안반의 어정쩡한 기분으로 「생각하기조차 싫은」90년을 보내고 있다.<김상철기자>김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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