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1일 91년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도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제조업의 경쟁력 회복과 물가안정에 바탕한 임금 및 물가의 선순환구조의 정착,그리고 정부의 신뢰성 조성에 둔다고 밝혔다.정부가 밝힌 중점시책 중에는 경쟁력 강화 외에도 합리적 소비생활의 확산과 국내저축률의 제고,농업의 생산성 향상 및 농어촌 생활환경의 개선,국민생활의 질적 향상,국제화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체제구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운용계획은 내년도 우리의 경제성장률을 올해의 9% 내외에서 7% 수준으로 낮추고,1인당 GNP를 6천2백20달러가 되도록 한다는 전제 아래 세워진 것이다. 정부가 전망하는 물가상승률은 소비자가 8∼9%,도매가 7∼8% 선이며,수출은 금년대비 7·8% 늘어난 6백95억달러,수입은 9.3% 증대한 7백65억달러 선으로 각각 추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비스와 건설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제조업은 생산성이 저하되고 노동의욕마저 침체되면서 날이 갈수록 경쟁력을 잃고 있는 중이다.
고임금에다 인력난이 겹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비용과 사회간접시설의 부족 등이 심각해서,조속한 산업구조의 조정과 새로운 기술개발이 없는 한 제조업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수출의 신장없는 우리 경제의 신속한 성장을 생각할 수 없다고 볼 때 정부가 91년 경제운용의 최우선순위를 제조업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된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줄로 안다.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도로·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에의 투자를 확충하고 설비투자 및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세제·금융상의 지원시책을 강화하며 임금인상을 한자리 수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하고 있다.
그러한 모든 계획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는 일이지만 간접자본시설에의 투자나,기업에 대한 금융상의 지원시책 등이 투자팽창을 유발하고 그것이 물가안정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정부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8∼9%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금년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공공요금을 위시해서 내년 상반기에 있을 지방선거와 92년 이른 봄 전에 있을 국회의원선거 그리고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인상에 만족하지 않을 근로자의 임금투쟁 등을 감안할 때 과연 내년 물가가 한자리 수 이내로 안정되어줄 것인지 매우 회의적이 아닐 수 없다.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의욕과 의도는 이해 못 할 바 아니라 임금을 물가와 연계시켜 한자리 수로 억지로 묶을 경우 근로자층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열심히 일하려는 분위기 조성』이 가능할 것인지 이 또한 적지 않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의 의욕과 기대를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칫 안이한 운용계획이 우리 경제의 안정기조를 해칠까 두렵다. 시설투자도 좋고 금융지원도 좋지만 인플레 기대심리를 꺾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경제성장이 제궤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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