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재직 소병해씨 계열사 부회장으로/“이회장 친정체제신호탄”분석도삼성그룹은 21일 소병해 비서실장을 삼성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그 후임에 이수환 제일합섬사장을 선임했다. 이번 인사는 소 전비서실장이 국내 최대재벌인 삼성그룹의 살림을 도맡아온 비서실장의 자리를 13년만에 물러난다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을 가장 잘아는 사람」「철저한 삼성맨」으로 통하는 소 전실장은 올해 48세로 67년 성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공채 8기로 입사,제일제당 관리과장,비서실 감사팀장을 거쳐 78년 비서실장에 취임한후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고 이병철 회장을 10년,이건희 회장을 3년동안 보좌해온 최장수 비서실장이었다.
특히 삼성비서실은 막강한 조직과 정보수집능력,그리고 방대한 그룹계열사의 경영을 총감독하는 그룹내 사령탑으로 정평이 나있었던 만큼 이번 비서실장교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
소 전실장은 현재 사장급에서 계열사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단 형식적으로는 승진한 셈. 이회장은 이날 상오 이례적으로 연말사장단 회의에서 실장교체를 발표하면서 그를 「그룹최대의 공로자」라고 치하하는 예우를 했다.
그러나 그의 독주로 인한 계열사 사장단과의 알력,이회장과의 불화설 등과 함께 소위 물먹은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그가 승진을 했다고는 하나 실권이 없는 삼성생명의 부회장으로 옮겼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와관련,이번 인사를 이회장이 3년탈상을 계기로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또 이회장이 주장해온 대로 자율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비서실의 기능을 축소하는 한편 각 계열사 사장에 「이회장사람」을 대폭 기용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곧 뒤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소 전실장이 지난 87년 이병철 회장 사망후부터 그만두겠다고 했으나 이건희 회장이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만류했으며 이번 인사는 사생활까지 희생하면서 그룹에 공헌해온 점이 높이 평가돼 승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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