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임무 “끝” 내치길 터줘/고와 교감… 수세 개혁파에 채찍/부분독재 있어도 「후퇴」 없을듯예두아르트·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의 전격 사임으로 현재 소련내에 심각하게 전개되고 있는 권력투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될 전망이다.
개혁과 보수 양편에서 그동안 교묘한 줄타기를 해온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최근들어 보수쪽으로부터 상당한 압력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지난 9월 급진적인 시장경제로의 개혁을 목표로 한 샤탈린안에 동의했으나 보수파와 군부의 제동으로 리즈코프 총리의 수정 개혁안을 채택한 바 있었다.
또 지난 11월에도 보리스·옐친 러시아공 최고회의 의장과 회동,연정등에 합의했으나 일단의 세력들이 쿠데타설을 유포하는등 고르바초프의 개혁노선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후 고르바초프는 온건 개혁주의자인 바팀·바카틴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보수파인 푸코 전라트비아공 KGB 의장을 그 자리에 임명하는등 보수쪽으로 기우는 듯한 인상을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
고르바초프의 오른팔이자 페레스트로이카의 기수인 셰바르드나제는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보수세력이 또다시 대세를 장악할 것으로 판단,자신이 「희생양」이 되면서 「사임」이라는 최후 통첩카드를 제시하고 이들의 세확장에 쐐기를 박으려는 정치적 제스처를 쓴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르바초프와 사전 상의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그동안 그의 정치행로로 볼 때 직간접적으로 고르바초프와 교감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즉 어차피 이번 인민대표대회 이후에는 새로운 정치구조 개편으로 대규모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 예상되는 데다,고르바초프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극우 보수세력인 소유즈그룹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현 시점이 퇴진의 가장 적절한 시기로 판단한 것 같다.
이번 인민대표대회의 가장 큰 이슈중 하나인 대통령의 권한강화를 내용으로 한 정부구조 개편은 대회참석 대의원중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나 현재로는 수백표가 모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보수파의 협력을 얻어야 하는 것이 고르바초프의 입장이다.
셰바르드나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퇴진함으로써 고르바초프에게 필요한 표를 얻어줄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는 동시에 극우 보수세력들의 투쟁 구심력을 깨뜨리려는 2중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개혁세력들에게는 그들이 더이상 보수파에게 밀려서는 안된다는 위험신호를 보내면서 결속력을 강화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판단된다.
셰바르드나제의 사임은 따라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고도의 정치전술이라고 풀이할 수 있으며 고르바초프가 은연중 또다른 「정치적 마술」을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분석은 이미 이번 대회 전야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2차례에 걸쳐 과거 페레스트로이카를 어떻게 시작했는지의 야사를 소개하면서 셰바르드나제와 자신과의 우정과 개인적 유대를 피력한데서 유추할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이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셰바르드나제의 사임발표 후 수시간 뒤 행한 연설에서 그를 새 정부의 부통령으로 지명하려 했었다고 말한바 있다.
사실 셰바르드나제의 외무장관으로서의 임무는 올해로서 그 막을 내려도 좋을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다.
세계는 중동지역만을 제외하곤 신사고에 의한 신데탕트시대가 정착됐으며 고르바초프로서는 외치보다는 내치에 역점을 둘 시기가 온 것이다.
내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정치적 권력투쟁을 종식시키는 길이 혼란을 막고 질서있게 개혁을 추진하는 방편이란 점을 고르바초프는 잘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소련은 고르바초프의 의도대로 새로운 정부구조의 개편과 함께 각 연방공화국간의 느슨하지만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페레스트로이카의 제2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이 대세에서 일부 공화국의 반발이 예상되나 강력한 통치권을 확보한 고르바초프는 부분적인 비상사태 선포 등 강경책을 쓸수도 있겠지만,어차피 민주주의의 길로 들어선 길목에서 그 방향을 수구쪽으로 선회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번 셰바르드나제의 사임파문으로 정치파워게임의 주도권은 또다시 고르바초프에게 상당히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보수·급진개혁 모두에게서 비판받던 새 정부 구조개편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개혁의 수레바퀴였던 셰바르드나제나 바카틴 전내무,야코블레프 등은 다시 중용될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소련 국민들은 과거 스탈린이나 브레즈네프 시대의 독재도,경제개혁의 지지 부진도 더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이장훈기자>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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