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에도 용의자 영장기각 전례/혈흔·체모등 중요증거 확보 벽에/「브래지어 정액」 일에 DNA 분석의뢰 계획도대범죄 전쟁 선포이후 각종 강력범과 진흙밭싸움을 계속해온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윤모군(19)을 붙잡아 『9번째 범행의 자백을 받아내 일단 80일작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성공했다』고 자위하고 있으나 자백 이외에는 직접 증거가 없어 곤경에 처했다.
경찰이 윤군을 범인으로 보고있는 이유는 ▲지난달 5일 김양을 살해하기 이전까지 모두 13건의 강간·강간미수 범행을 저질렀으며 범행수법이 유사한 점 ▲거주지가 현장에서 8백m 떨어져 현장지리감이 있다는 점 ▲임의 자백의 내용이 「끝이 톱니형인 스푼」,「범행후 신발을 나란히 놓았다」 「추행후 1.5m 아래 얕은 구덩이로 밀어넣었다」는 등 비교적 자세한 점 ▲혈액형이 김양의 브래지어에서 나온 정액의 것과 같은 B형인 점 ▲사건당일 윤군이 범행시간 전후에 현장을 배회하는 것을 본 목격자가 나타난 점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같은 근거가 모두 윤군을 범인으로 단정할만한 직접증거로는 부족한 것이어서 증거보강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별 진전을 보지못해 애태우고 있다.
특히 윤군의 옷가지와 연필깎이용 칼에서 혈흔을 검출하는데 실패했고 김양의 몸에서 범인의 체모를 발견하지 못해 체모대조를 할 수 없는 등 중요한 증거확보에서 벽에 부딪친 형편이다.
경찰은 지난87년 5월 5번째 피해자 박은주씨(29) 사건때도 홍모씨(42)를 범인으로 단정,자백과 함께 주머니칼 등을 증거물로 첨부해 3차례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기각된 전례가 있어 물증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찰은 더구나 대범죄전쟁 와중에 실적경쟁을 위해 강압·밀실수사로 엉뚱한 용의자를 조작해냈다는 비난을 우려,대외발표도 자제하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사건 수사과정에서 나타난 과학수사력 부재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미일에서 범죄수사에 활용하고 있는 방사화분석법이나 DNA 지문활용법 등이 아직 불가능해 수사진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우여곡절 끝에 피해자의 브래지어에서 채취한 극미량의 정액을 분석,혈액형을 찾아내는데는 성공했으나 이 정액을 최대한 활용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물증확보가 더이상 불가능할 경우 최후로 이 정액과 윤군의 정액을 일본경찰 감식팀에 보내 DNA 지문분석법을 이용해 동일인 여부를 가려볼 계획이다. 수사관들은 또 일본경찰로부터 인체피부에서 접촉자의 지문을 채취하는 기구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밖에 윤군의 여죄 13건중 단 1건도 경찰에 신고된 사실이 없는 등 주민들의 신고정신이 결여된 점과 윤군의 혈액형이 주민등록표에는 AB형으로 잘못 기재돼 있어 수사에 혼선을 빚을만큼 행정전산망자료가 부실한 점들도 하루속히 개선되어야할 사항이다.<윤승용기자>윤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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