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중심」이었던 베를린에서는 지난 18일 냉전시대의 「악역」 소련군과 관련된 의미깊은 행사들이 언론에 소개됐다.이날 낮 베를린근교 포츠담의 소련군 34포병사단에는 구서독 뒤셀도르프주둔 독일군 사병들이 친선방문,크리스마스선물을 전달하고 「우호」를 다졌다.
양국 군 사병간의 이 최초의 교류는 이달초 소련군 부대를 방문했던 포츠담지역 독일군 사령관과 소련주둔 군사령관간의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
이날 아침 서베를린 타게스 슈피겔지는 양국 군 사령관의 회동에 관한 보도를 읽은 베를린시민들로부터 그 동안 『소련군에게 크리스마스선물을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선물이 좋겠는가?』 등을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소련군 장병을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하자는 시민들의 논의도 활발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저녁 공영제2TV ZDF는 소련 해군 군예대의 방문공연 실황을 방영했다. 소련군의 흥겨운 러시아음악 연주와 전통 댄스에 독일방청객들은 박수장단과 함께 환호하고 있었다. 이어진 밤 뉴스는 독일공군 수송기가 전후 최초로 소련으로 비행,30톤의 구호식량을 모스크바 북쪽 이바노보에 전달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반소동맹」 나토 고수론자 등 서방 보수우익 진영은 아직도 소련의 「잔존군사적 위협」을 논하고 있다.
그러나 베를린 언론에 비쳐진 소련군의 모습은 그 「위협」의 제일선에 노출돼 있다던 독일인들이 소련군의 「악역」이미지를 이미 지우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기자의 책상에는 「소련극동해군증강」이란 일본 산케이(산경)신문 보도를 전재한 최근 한국신문들이 놓여 있다. 산케이,월스트리트저널 등 미·일의 대표적 극우 언론들은 소련의 민주화개혁이 고비를 맞거나,한·소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 때면 신통하게도 얼굴 없는 「국제군사소식통」을 인용한 이런 기사로 「소련의 위협」을 상기시킨다.
소련의 대아시아 평화의지를 천명한 기념비적 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는 고르바초프의 블라디보스토크선언을 「위장평화공세」로 평가하던 저명한 국내 학자들이 지금은 태연히 노벨평화상수상자 고르바초프를 찬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적어도 「소련의 위협」과 「북한의 위협」은 분리·평가하는,「독일식 지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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