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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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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조선민족을 일제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준 소련에 대한 우의를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8·15광복 두달 후인 1945년 10월14일 평양의 모란봉운동장에서 33살의 김일성이 전설적인 항일용장인 「김일성장군」을 자임하고 북한주민들 앞에 첫선을 보이며 행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아마도 2차대전 후 공산국가의 지도자 중 김일성 만큼 소련의 「은총과 덕」을 톡톡히 입은 인물도 없을 것 같다. 8·15 전 수년간 소련의 대일 게릴라부대인 소위 88경비특수여단에서 소대장으로 식객노릇을 한 것을 인연으로 귀국 후 소련군정하에서 기라성 같은 공산주의 선배들,즉 박헌영 등 국내파와 김두봉 등 연안파,그리고 허가이 등 재소한인 출신계 등을 제치고 소련의 꼭두각시가 되어 북한의 통치자로 부상한 것이다. ◆그 뒤 오늘날까지 모든 부문에 걸쳐 소련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다. 6·25남침 때는 군원을,휴전 후에는 전재복구원조를,그리고 60년대 이후에도 막대한 군경원을 계속 받은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그러나 김일성은 60년초 1인독재 체제를 굳히면서 주체사상을 내세워 북한주민들에게 『8·15해방도,6·25전쟁과 경제건설도 모두 자력으로 내가 해냈다』고 날조했지만 소련과 북한간의 주도 내지 형제관계는 여전했던 것. ◆그처럼 철통 같던 붉은 형제관계인 소련과 북한의 사이가 벌어진 것은 서울올림픽대회에 소련이 참가하고 또 한반도에 두 개의 한국을 인정하면서부터였다. 북한으로서는 그토록 믿었던 소련이 한국과 접근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또 노태우 대통령이 소련을 방문한 것은 지진과 같은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최근 두어달 사이 북한의 원색적인 대소 비난과 소련 언론의 김일성의 정체 벗기기와 체제의 허구성 폭로는 마치 불구대천의 적대국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같은 험악한 관계는 지난주 경질된 겐나지·바르토세비치 주북 소련 대사가 수교 42년 만에 처음으로 김일성에게 이임인사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떠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세계적 대변혁의 틀 속에서 소련과 북한관계의 발전은 우리로서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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