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쌀」이 북한동포의 밥상머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뒤늦게 보도됐다. 사랑의 쌀이 북한 쪽에 인도된 것은 지난 7월에 이루어진 사실이었으나,그 동안 우리측이 보도를 자제했다가 일본에서 먼저 보도돼 밝혀진 것이다(한국일보 19일자 1·3면 보도).북한에 보낸 사랑의 쌀은 한국일보사를 모금창구로 해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본부가 접수한 성금 25억7천6백여 만 원 가운데 8억3천만원으로 구입한 1만가마였다. 순수한 민간단체가 「사랑」을 나누는 운동으로 분단의 벽을 넘어 농산물이 오갔다는 뜻에서 흐뭇한 사실이라 하겠다.
남북이 쌀을 주고받은 예는 지난 84년 북한측이 물난리를 겪은 우리 수재민에게 5만섬을 보내온 일이 있었다. 우리측으로서는 이미 상당한 비축물량을 갖고 있었지만,남북대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입장에서 북의 「구호곡」을 받아들였었다.
이때와는 달리 지난 7월 북한측에 보내진 쌀은 순수한 민간단체의 「사랑」을 나누자는 운동으로 모아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짚어볼 수 있다. 이미 알려진 것처럼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은 남아 도는 쌀을 국내외의 불우이웃과 나누자는 뜻으로 조직된 것이었다.
사실 우리의 쌀문제는 남아 도는 물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하는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기반 시설과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은 70년대말께부터 평년작이 4천만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여름 대규모 물난리를 겪어 수확이 준 올해에도 3천9백만섬 가깝다.
게다가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 엄청난 정부미 재고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올 연말 수매물량까지 합하면 정부미는 2천만섬이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 해 동안 재고미 관리비용은 1백만섬에 3백40억원이나 되고 있다.
그런데도 생산을 줄인다는 데에는 식량자급정책상 문제가 있고,해외수출도 불가능한 형편이다.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이 기본적으로 「불우이웃」에 눈을 돌리자는 운동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긴 하지만 쌀이 남아 돈다는 현실이 아예 무관한 것은 아니다.
사랑을 나누기로 말하면 식량사정이 어려운 북의 동포와도 당연히 나눠야 할 것이다. 그것을 「사랑의 쌀」이 앞장서,분단의 장벽을 뚫었다는 데에 우리는 큰 보람을 느낀다.
우리는 여기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의 남아 도는 쌀이 북의 동포들을 위해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싶다. 그 길은 「정치적 체면」을 거는 증여보다는 남북이 서로 「유무상통」하는 교역의 방법을 찾는 데에 있다.
남북의 「유무상통」은 서로 비정치적 교류를 통해 실리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우리로서는 통상마찰을 유발하지 않고 과잉생산의 부담을 덜고,북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냉전을 청산하는 국제적 대세를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교류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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