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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반응(지자제시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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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의 반응(지자제시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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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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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돈」 따라 내년만 비용 5조 소요 예상/물가 압박… 공약남발땐 투기재연 걱정도/“공명보장 제도장치 시급” 중론지자제 실시가 확정되자 경제계 인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30년 만에 재개되는 주민자치,「풀뿌리 민주주의」 산실로서 지자제가 갖는 정치사회적 의의를 경제계라고 가벼이 여기거나 무시할 생각이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심지어 유권자들까지 은연중 물들어버린 금권정치 등 선거타락상이 재연될 경우 경제계에 몰고올 각종 충격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 때 빚어진 각종 후유증은 아직도 전국 곳곳에서 진행중인 무리한 공약사업 건설현장이나 국민주 보급 강행에 따른 증시침체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우리 경제는 최근 각 계층의 욕구분출,기술개발 지연에 따른 수출경쟁력 저하,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비롯한 통상마찰,제조업 인력난에다 페만사태 발발 이후 고유가에 따른 물가불안 등 각종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여서 모든 경제주체의 비상한 노력없인 단기간내 회복국면 진입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엄청난 선거비용 살포로 제조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무모한 공약발표가 전국에 걸쳐 부동산투기 바람을 부채질하며 선거특수와 관련,물가오름세가 만연할 경우 어떻게 뒷감당이 가능하겠느냐고 경제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줄지어선 각종 선거기간중 지방공무원들의 기강해이와 신분불안이 빚어낼 갖가지 부조리는 기존의 경제시책과 제도 전반을 손대기 어려울 만큼 뒤틀리게 할 공산이 크다.

지난 10월말 기협중앙회가 주요 정당과 내무부 등에 공문을 발송,지자제선거를 국회의원선거와 동시에 실시해줄 것을 건의한 것은 따지고 보면 「정치=돈」이란 지극히 평범한 상식이 경제에 몰고올 파급영향을 우려한 때문이라 여겨진다.

지자제 실시에 따른 소위 「민주화 비용」이 얼마나 먹힐지는 누구도 쉽사리 계산키 어렵다.

이번에 확정된 지자제선거의 골격을 기초로 기협중앙회가 시도한 계산방식을 원용한다면 내년 3월께 지역의회선거에만 줄잡아 5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시도의회 의원 8백66명 선거에서 선거구마다 평균 3명씩 후보가 나서 1인당 10억원씩만 풀어도 전국적으로 2조5천억원. 시군구 의원 4천2백87명 선거에 평균 5명의 후보가 경합,각각 1억원씩 자금을 쓴다해도 모두 2조2천억원이 필요하다. 이같은 가정은 지난 13대 총선 때 30억원 쓰면 당선되고 20억원 쓰면 떨어진다는 「30당 20낙」 소문이나 1개면에 한 곳꼴로 설치된 농협단위조합장선거(89년 10월∼90년 3월 실시) 때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엄살조의 과장이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

지난 11월말 현재 국내총통화(M2)의 평균 잔액이 64조원 안팎이고 내년중 총통화 증가율을 20%로 잡을 경우 신규공급액은 연간 12조원을 약간 넘는다. 따라서 선거기간 한 달 남짓 동안 풀려나가게 될 5조원이 어느 만큼 우리 경제를 뒤흔드는 위력을 가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선거특수로 인해 먹고 마시는 유흥서비스산업과 비누·타월·선거인쇄물 등 소비성 업체에 돈이 몰리면 성장의 견인차인 제조업체는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쓸 자금이 모자라 곤경에 처하게 될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 정치풍토상 선거자금의 상당부분은 기업체에서 찬조받았던 전례에 비춰 어떤 형태로든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

이와 관련,지역연고를 무시한 채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일부 지방중소기업체들조차 지자제선거 전에 공장을 대규모 공단이나 수도권으로 옮길 것을 고려중이라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이번에 여야합의로 결정된 선거방식 가운데 경제관계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광역의회와 시도단체장에 정당추천을 인정한 점. 이렇게 되면 민자당 계파갈등 등 현재 여야 정치권 판도로 미루어 중앙당이 각종 개발공약사업계획을 경쟁하듯 터뜨릴 것이고 전국의 부동산은 또다시 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공 들어 아직까지도 경제운용에 부담이 되고 있는 부동산투기 열풍은 서해안개발 경부·동서 고속전철 등 선거공약이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던 사실을 부인키 어렵다.

이와 함께 선거운동원 동원이 가져올 인력난과 노임상승 등의 여파도 만만찮다.

시도의원 후보 한 사람당 10명씩 유급운동원을 고용하고 시군구 의원 후보는 5명씩 사람을 쓴다고 가정할 경우 동원인원은 무려 5만여 명.

지난해 이후 주택건설 붐에 많은 인력이 건설현장으로 몰려 제조업체의 인력난을 가중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1년새 건설기능공 노임은 평균 50% 이상 올랐다.

내년에도 50만호 가까이 주택을 지을 계획이어서 특히 인력유동이 심한 건설기능공은 선거기간중 작업현장을 떠날 공산이 크고 따라서 제조업체의 인력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 이 밖에 지방의회선거와 단체장선거 사이의 1년여 공백기간중 단체장 등 공무원들의 심리적 동요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현직 단체장들은 이직이냐 출마냐의 기로에서 심적 갈등을 느낄 것이고 출마를 결심할 경우 자금 연고후원 등 선거 때의 처지를 재임기간중 음양으로 감안하게 되고 이는 바로 업무집행의 공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같은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빠른 시일내 공명선거를 보장할 수 있는 확고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경제관계자는 입을 모으고 있다.<유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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