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모두 해결하고도 계속 새문제 제기/우리측 제안엔 무성의 일관17∼18일 외무부에서 열린 한미 무역실무회의에서 미국측이 제시한 개방요구가 의외로 광범위하고 강력해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쌍무차원에서의 미국의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지지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우리측은 양국의 통상관계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고 원만히 해결짓는다는 방침아래 그동안 현안이 되어온 문제들을 가능한한 수용한다는 자세를 보인반면 미국은 현안의 타결에 그치지 않고 도·소매 유통업의 개방을 요구하는 등 요구수준과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이틀간의 무역실무회의에서 미국은 사실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거두었다. 미국측의 최대의 관심사항인 쇠고기·담배·포도주문제와 관련,우리측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했다.
미국측은 고급쇠고기의 구매를 사실상 차단하는 쇠고기 동시매매입찰제도의 개선을 요구,우리측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미국산 고급쇠고기의 수출길을 열었고 국산담배 판매비율에 따라 배분하는 담배소비세의 배분제도개선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당국이 담배수입업자와 협의해 개선안을 제출할 경우 개선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미국측은 현재 40%로 돼있는 포도주의 주세를 25%수준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정부가 30%로 조정함으로써 역시 미국측의 요구가 거의 수용됐다.
이밖에도 신발등의 위조상표와 불법복제비디오의 단속,반도체칩 보호법과 영업비밀 보호제도등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메리어트사의 항공기 기내식공장설치문제도 관계부처의 허가절차만 남겨둔 상태다.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할당관세 계속적용요구도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우리측이 그동안 양국통상관계의 주요현안이 되어온 문제들을 대폭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은 우리국민들의 자발적인 과소비 추방캠페인과 농협만화를 다시 문제삼았다.
미국측은 또 예상의제에도 들어있지 않던 유통업의 개방을 요구,새로운 통상현안으로 부각시켰다. 미국측은 도·소매유통업의 개방을 요구하면서 자동차·의류·화장품·서적등의 도·소매점 개설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는데 우리측은 이에 대해서도 내년 3월까지 도·소매업진흥 5개년계획에 의한 내년부터의 점진적인 개방계획을 제시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내년부터 소매업에 대한 외국인투자의 허용을 약속했다. 물론 우리측에서도 유통업개방의 불가피성을 인정,개방시기는 정하지 않은채 내부적으로 개방계획을 수립중이었지만 이번 미국의 요구로 개방시기가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미국측은 UR타결을 위해 미국의 입장에서 노력해줄것과 한국의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정부조달협정가입을 위한 회원국과의 협상을 조속히 추진해줄 것 등 회의막판까지 실리챙기기로 일관했다. 이처럼 미국은 챙길 것 다챙기고 주문할 것 다 해놓고는 우리측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세관이 위조품을 적발한다는 핑계로 컨테이너를 샅샅이 뒤져 통관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항의에 대해 미국측은 실상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대답을 피했고 반덤핑 제도의 남용방지에 대해서도 반덤핑제소가 빈발하고는 있으나 관세부과율이 46%에 지나지 않는다며 재고의 여지가 없음을 비쳤다.
이같은 추세대로라면 내년 1월14∼15일에 열릴 한미경제회의에서도 미국측은 우리가 약속한 사항들을 점검한뒤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 틀림없다. UR협상이 결렬이라도 되면 그이후에 몰아칠 개방압력이나 통상보복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언제까지 우리나라는 미국에 발목을 잡혀 양보만 하고 말것인가. 개방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우리정부도 미리 미리 트집잡힐 제도나 관행들을 정비,떳떳하게 국가대 국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할 것이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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