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림 예산조정·민생 “낙제점”/국감도 자료없이 “최악의 부실”/여야,주요현안 타협정신 발휘 새 정치틀엔 긍정평18일 폐회된 1백51회 정기국회는 1백일간의 법정회기중 실제 가동일수가 겨우 30일이었다는 사실이 말해주듯 파행과 변칙의 기록을 양산했다. 그러나 다른 일방으로 30년 만에 지자제시대 개막을 뒷받침할 입법토대를 마련했다는 정치사적 성과를 동시에 거두었다.
즉,이번 정기국회는 기능상의 고유평가에서는 낙제점을 피할 수 없는 반면,정치권의 해묵은 「숙원사업」을 풀어낸 고도의 정치협상 무대였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회기운영에 있어 파행이 불가피했던 것은 야당의 의원직 사퇴 및 단식정국의 장기화로 인해 70일간의 회기를 허송했던 연장선상에서 이미 예고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출구를 가늠하기 어렵던 여야의 장기대치가 그나마 풀릴 수 있었던 열쇠가 지자제 실시의 야당 요구 수용이었다는 점에서 지자제협상의 성공 역시 출발부터 전제돼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낸 등원협상은 여야 정치력의 시험대로 여겨졌으며,사퇴정국 이후의 「무정치」 상태를 대비할 때 이번 국회무대에서 발휘된 정치협상은 단순히 정치복원의 의미로서뿐 아니라 향후 정국운영의 한 패턴으로서 눈여겨 둘 만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날 추곡수매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산회과정이 끝내 변칙상을 되풀이함으로써 여야협상이 안고 있는 구태의 한계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정기국회가 갖는 본질적 국정기능이 날림과 졸속의 연속으로 얼룩졌던 파행상은 정기국회의 주행사인 국정감사에서부터 곳곳에서 드러났다.
기간 자체가 법정기일 20일에 턱없이 모자란 7일에 「만족」해야만 했고 뒤이어 상임위의 예산 예비심사가 이틀,예결위의 실질적 예산심사인 계수조정소위 활동이 불과 3일이었음을 보면 겉핥기식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국감은 예정기간이 짧았던 데다 의정의 장기공백과 촉박한 이후 일정으로 인해 의원들의 준비부족,자료부실과 정부측의 고압적 수감태도를 초래,실시 3년 이래 최악의 부실감사라는 오점을 남겼다. 더구나 민방의 지배주주로 선정된 태영에 초점이 집중되면서 한계를 더했다.
그나마 태영의 지배주주 선정경위는 의욕에 비해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일부 상위의 경우 교통 환경 등 민생문제를 새로운 각도에서 제기해보기도 했으나 평민당의 등원 과정에서 형성된 여야의 타협적 기류는 국감 전반을 무기력하게 만든 역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이완된 국회는 상대적으로 정부측의 태도에 국회 경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심각한 문제점도 초래해 부실감사의 결과를 더욱 재촉했다.
예결위의 예산안 심의 역시 물리적 제약과 지자제의 「타협정신」이 지배했다고는 하나 「총액삭감,항목증액」의 관행을 여전히 답습했고 1조5천억원의 삭감을 주장하던 평민당의 논리는 뚜렷한 설명을 생략한 채 2천27억원 삭감에 쉽게 합의하는 「눈가림」을 연출했다는 평가이다.
이같은 국회기능의 실추는 지자제합의 통과가 의정의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졌다는 분석을 낳기도 하지만,이와는 별도로 이번 국회가 지닌 정치적 함축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지자제를 비롯한 각급 현안들이 여야협상의 수준을 거쳐 표결처리까지 타결의 모습으로 매듭지어진 결과들이 3당합당 이후 혼미를 거듭하던 정치권이 적응기에 들어가고 있는 반증이라고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합당 자체를 계속 부정해오던 평민당이 등원결정을 한 데서부터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하지만,특히 지자제협상의 타결은 합당 이후 여야 관계를 새로운 정립기에 올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자제는 향후 정국에 있어 여야간에 합의된 「게임의 룰」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으며,이는 상대인정을 바탕으로 한 「새틀」 짜기의 공동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
지자제협상의 단초가 합당으로 판이해진 두 김씨 관계에서 비롯됐을 뿐 아니라 여야총무협상의 정상화에 이어 김윤환 민자총무의 김대중 평민총재의 방문과 24일로 예정된 노태우 대통령과 김 평민총재의 영수회담 등으로 이어지는 여야 관계의 「회복」은 지자제를 중심 축으로 향후 정국의 새 구도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여야가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안기부법 경찰법 등 개혁입법을 마무리하고 나면 여야 관계는 본격 경쟁의 시대로 돌입하게 돼 있는 것이다.
한편 추곡의 차액수매제도가 백지화되거나,일부 법안이 개별의원의 자의적 심의로 물의를 빚는 등 주요안건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민자당 의사결정 과정의 난맥상은 집권당의 관리체계에 적지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이번 국회는 긍·부정의 상반된 평가를 한몸에 받아야 하는 두 얼굴의 모습이 여야 합작으로 연출됐던 무대라고 해야 할 것이다.<조재용 기자>조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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