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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일·북한 관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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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는 일·북한 관계(사설)

입력
199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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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한·소 정상외교를 벌이고 있는 사이에 북한과 일본은 북경에서 수교 본회담 준비를 위한 예비회담을 타결,내년 1월 하순부터 평양에서 본회담을 열기로 최종합의했다. 그 동안 우리의 관심을 끌어왔던 것은 일본의 북한에 대한 전후 45년의 배상문제와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문제를 본회담의 의제로 넣을 것이냐 여부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 양국은 「국교정상화에 수반되는 경제적 제문제와 국제문제」라는 포괄적인 의제로서 본회담에서 다루기로 했다는 것이다.당초 지난 가을 일본 자민당의 가네마루(김환신) 전 부총리의 북한방문을 계기로 시작된 북한과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를 위한 예비회담은 전후 45년의 배상문제 등으로 난항,본회담이 늦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을 낳았으나 한·소 수교에 이은 한·소 정상외교 등 한국의 북방외교와 이로 인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자극되어 양측이 한발짝씩 양보하여 예비회담을 서둘러 타결한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북한측이 본회담의 조기착수를 서두른 것 같은 인상을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여하튼 예비회담의 타결은 북한과 일본이 한반도를 에워싼 냉전종식과 교차외교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하루빨리 본회담을 열어야겠다고 공감했기 때문에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예비회담은 최대쟁점인 전후 45년의 배상문제와 핵사찰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접근을 하지 못한 채 일단 본회담에 넘기는 「눈가림식」 타결을 본 것이어서 양국의 묵계나 속셈이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없는 게 아닐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본란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북한에 대한 전후 45년의 배상은 어불성설이며,한·일 우호를 저해하면서까지 일본이 성급하게 대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음을 밝히고 싶다. 우리는 일본 신문들을 통해 간헐적으로 북한에 대한 전후보상에 맞춰서 한국에도 상응하는 보상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듯이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데 대해서도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전후 45년의 배상을 반대하는 것은 일본이 한국보다 북한에게 더 배상하는 것에 배가 아파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우리가 더 받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 일본이 북한에게 전후 45년에 대한 배상을 한다면,원천적으로 한·일 국교정상화가 그릇된 것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일본은 활발한 한·소 외교에 자극되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조급하게 서두르는 나머지 한반도의 균형을 깨는 우를 저지르지 않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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