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방 권한싸고 마찰소지/특정 정파 대변 「분할통치」 우려/상수도·쓰레기 등 지방자치단체간 이해조정도 과제지자제의 전면실시는 당사자인 지방행정은 물론 중앙행정,나아가 전행정조직 및 운용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게 된다.
지자제는 지난 30년 동안 권위주의적 통치행태에 의해 타율과 복종에만 익숙해 있던 모든 공무원들의 의식전환을 강요하게 되며 행정문화도 타율에서 자율로의 환골탈태가 불가피해지게 되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가 파생될 것은 분명하다. 사실 일선 지방행정기관을 비롯,내무부 등 관련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지자제실시에 따라 닥쳐올 조직변화 및 신분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행정차원의 「지자제 동요현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자제로 인한 개혁과 동요로 일어날 숱한 시행착오를 가능한한 줄이고 행정의 공백상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부분은 중앙과 지방행정의 기능 및 업무조정,지방행정 기관간의 관계정립으로 대별할 수 있다.
이중 중앙과 지방행정의 기능 및 업무조정문제는 지자제실시와 동시에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할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선거에 의해 뽑힐 경우 지금처럼 내무부 지시 하나로 각 시·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상식적으로는 지자제실시와 더불어 중앙부처,특히 내무부의 역할은 지시·감독기능에서 관리 및 조정기능으로 축소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범위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사사건건 노정될 중앙과 지방의 행정갈등을 해소할 수 없기 때문에 기능조정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자제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가 관장 또는 처리할 수 없는 사항은 ▲국가존립사무(외교·국방·사법) ▲전국적 통일처리를 요하는 사무(물가·금융·수출입정책) ▲전국규모 사무(양곡 수급조절·국토종합계획) ▲고도기술사무(항공관리·원자력개발) 등이다. 이런 국가사무를 처리할 경우 지방자치단체는 중앙 행정기관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자제법상 중앙행정기관의 지도·감독사항의 범위가 이외에도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지방공사 설립·지방채 발행 등 내무부장관 승인사항 등에 대해서는 지자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재조정의 요구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실제 지방자치단체가 업무를 수행하고 성격상 지방행정 소관사항이 될 수 있음에도 계획·감독업무를 중앙부처가 장악하는 경우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 병무사무의 경우 실질업무는 시·군·구가 맡고 있지만 총괄기능은 병무청의 지청 등이 장악하고 있어 지휘 감독체계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낭비라는 소리가 높다.
정부는 이같은 범주에 포함되는 농림수산부의 시·도 농촌진흥청,건설부의 지방국토관리청,노동부의 지방노동청,보훈처의 지방보훈청 등 특별 지방행정기관을 시·도에 흡수,통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또한 중앙부처 기능중 집행기능은 대폭 지방자치단체로의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중앙기능의 축소경향과 맞물려 역으로 지방행정의 「월권」으로 인한 중앙행정의 손실내지는 국가기반의 위기가 초래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많다.
특히 우리와 같은 지역당 정치풍토에서 지방의회·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선거로 선출됐을 때 이들이 특정 정파의 이익대변자로 전락될 가능성을 무시할수 없다는 것이다.
심하게 비유할 경우 호남지역의 시장·군수는 동교동으로 결재받으러 가고 부산·경남지역의 시장·군수는 상도동의 지시를 받지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분할통치」사태가 올 경우 행정의 일관성 및 안정성은 크게 흔들리게 될 것은 명약관화해진다.
그래서 정부는 인사와 재정을 통한 영향력행사의 여지를 남겨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사권과 관련,정부는 부단체장의 임명권을 사실상 장악하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지자제 실시 후 부단체장의 직급을 상향조정,현 시장·군수들을 이 자리에 배치해 중앙행정과의 연계성을 지속시키자는 복안이다.
지자제법은 부단체장 임명에 대해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단체장이 임명하고 광역자치단체의 경우는 자치단체장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규정은 정부의 복안과 다소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관련조항의 개정을 내년 후반기쯤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인사권과 함께 국고보조금을 통한 영향력 행사도 중앙행정의 유효한 수단이다.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실정에서 국고보조등 재정적 영향력은 어떤 의미에서 인사권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 행사의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중앙과 지방행정의 기능조정 만큼이나 지방자치단체간의 관계정립도 복잡한 문제이다.
지자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지자제실시 후에는 서울시의 쓰레기를 공짜로 인천 근교에 매립할 수 없게되며 서울시가 팔당등의 상수원을 쓰기 위해서는 관련시·군에 대가를 지불하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단적인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방자치단체간의 이해조절이나 여러 시·군에 걸친 사업을 추진해야할 경우 어떤 절차와 조직이 마련돼야 하는지도 숙제거리의 하나이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