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말할 때 「주식회사」 일본이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사람들이 「경제동물」로 불렸던 것 처럼 일본이라는 말은 상업적 이미지를 강렬하게 풍기고 있다. 일본이란 「회사」는 이미지 광고에 성공한 나라다. 깔끔하고 편리하고 고장이 없다는 세계적인 평판과 신뢰성을 얻는데 성공한 일본 상품들은 무적·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며 일본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놓아 주었다. 주식회사 일본의 이미지가 그런 성공을 이끌어내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기업이나 이미지 광고를 한다. 나라도 마찬가지다.세계를 무대로 장사를 하려면 이미지 광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나 일본처럼 수출해서 먹고 사는 나라들은 특히 더 그렇다. 「메이드 인 재팬」「메이드 인 코리아」가 잘 팔리려면 「재팬」이나 「코리아」라는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야 하고 널리 잘 선전돼 있어야 한다. 64년 동경올림픽은 일본한테 절호의 기회였다. 그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은 세계적인 「회사」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뒤이어 70년에 열린 오사카 박람회를 이용해서 전세계를 상대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했다. 동경올림픽과 오사카 박람회를 연달아 치른 뒤 일본은 회사와 상품에 대한 신뢰를 얻고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해서 신화적인 성장을 이룩하는 힘으로 삼았다. 우리는 일본이 한 것처럼 영리하게 올림픽을 챙기지 못했다.
우리의 올림픽은 역사속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는 것처럼 돼 버렸다. 「주식회사」 한국도 「메이드 인 코리아」도 모두 성공적인 이미지 구축을 하지는 못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 세계의 지도가 바뀌고 역사가 새로 쓰여지는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나 정치·외교적으로는 많은 변화와 수확이 있었지만 경제적으로 얻은 것은 별로 없다. 올림픽의 경제적 실익을 셈하고 따져보는 대차대조표도 한번 만들어 보지 못한 상태에서 우리는 또 한번 올림픽을 치르게 됐다. 93년 8월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는 경제쪽에서 보면 88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진짜 올림픽이다.
88이 동서의 장벽을 허물어 버린 화합의 올림픽,체육의 올림픽이었다면 93년 대전 무역박람회는 우리에게 선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도 있는 경제의 올림픽이다. 지난 12일 국제박람회기구(BIE)에서 정식으로 공인을 받은 93 대전박람회는 92년 스페인 세비야박람회,95년 오스트리아 빈박람회,2000년 독일의 하노퍼박람회와 함께 20세기 마지막 10년 동안 지구촌에서 열리는 세계 4대 박람회이며 88올림픽처럼 두번 다시 유치하기 어려운 세계의 경제올림픽이다. 일본이 동경올림픽과 오사카박람회를 연결시켜 알뜰하게 실속을 챙겼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그런 영리한 장사속이 있어야 한다. 88올림픽을 애써 치르고도 부담스러운 체육행사로만 결산하는 어리석음을 두번 다시 저질러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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