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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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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부인은 성질이 사나워 일생 동안 남편을 괴롭힌 것으로 유명하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평생의 흉작」이라 했을만큼 그 부인은 무지하고 고약스러웠다고 한다. 그녀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항상 긴장과 갈등 속에 시달렸고,그로 인한 자극 때문에 그의 철학을 대성시킬 수 있었다는 말도 전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이자 말년에는 성자의 경지에까지 이르렀다던 톨스토이도 악처에게 시달린 갈등이 그 많은 불후의 대작들을 쓸수 있는 원동력 이었다는 학설도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 인간승리의 표상처럼 우뚝선 「야망의 인간상」은 불과 20여 일 전인 지난달 27일 영국 총리로 선출된 존·메이저의 입지전적인 삶 속에서도 여실히 볼 수가 있다. ◆영국처럼 출신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늙은 곡예사의 만득자가 고교마저 중퇴한 채 사회의 밑바닥에서부터 웅지를 키워서,47세로 1백년만의 최연소 총리가 됐다는 것을 전해들었을때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을수 있었던가. 어제는 바로 전기대학 입시날 이었다. 전국에서 지원한 66만3천여 명의 수험생들이 4.44 대 1의 비좁은 대학문을 뚫기 위해 영하의 날씨 속에서 비지땀을 흘렸고 젖먹던 힘까지 모두 쏟았을 것이다. ◆하지만 14만6천3백46명에게만 94개 전기대학에서 합격의 영광이 주어질뿐,절대 다수는 탈락이란 인생 최초의 쓰라린 역경을 맛봐야 한다. 물론 후기대학과 전문대학 등 기회는 한 두번 더 남았다. 그 기회 마저도 돌아오지 않을 수험생들이 모두 합하면 60만4천명이 넘는다. 이들중 60%에 가까운 35만명 정도는 와신상담하면서 내년 입시를 다시 기약할 것이고 20만 이상은 취업전선에 뛰어들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 대학입시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는 수많은 청소년·소녀들은 「대학에 가고 못가는 것」이 결코 인생살이의 성과 패의 갈림길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 입시 실패란 역경이 오히려 자극제가 되어 사회생활에서 크게 성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힘차게 재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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