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진출 교두보 겨냥 불과 치열한 로비전/「워털루전」 비유… 독의 시장경제 「유인력」 입증동구권의 최대 자동자메이커인 체코 스코다사 인수를 둘러싼 독일 폴크스바겐과 프랑스 르노자동차사간의 일대 회전에서 독일측이 승리,양국에 의미심장한 파문이 일고 있다.
동구자동차시장 진출을 위한 독 불간의 「워털루회전」으로 묘사된 이 인수전에서의 폴크스바겐의 승리는 독일이 자본·기술력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와 사회체제 등에서 프랑스보다 우위에선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독 불 양국의 자동차공업을 각각 대표하는 폴크스바겐과 국영 르노자동차가 지난 4월부터 총력전을 펼쳤던 이 스코다 인수전은 지난주 체코정부가 폴크스바겐에 최종 낙점,승부가 났다.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사는 91년 스코다사 지분의 31%를 인수하는 것으로 시작,오는 95년까지 소유지분을 70%까지 단계적으로 늘려 스코다사를 폴크스바겐그룹에 편입시키게 된다.
얼핏 흔한 국제기업인수전으로 비칠 수도 있는 이 독 불 기업간 한판승부가 결말이 나자,양국 언론들은 이 승부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비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먼저 「패전국」 프랑스의 르피가로지는 이번 패배로 프랑스 자동차공업은 장기적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됐다며 나폴레옹의 워털루패전에 비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스코다사가 있는 뵈멘지역이 과거 독일의 보호령이었던 사실과 관련,『동구는 다시 독일의 보호령이 될 것인가』라고 충격과 비탄을 표시했다.
한편 독일 언론들은 이같은 프랑스언론의 격앙된 반응에 우려를 보이면서도 「승리」를 음미하는 듯한 미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는 「스코다의 선택」이란 사설까지 게재,『르노사가 은연중 체코의 역사적인 반독 감정을 부추겨온 것을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유념해야 한다』고 점잖게 「승리후 대비」에 관한 충고를 내놓았다.
양국 언론이 이처럼 비상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차적으로 스코다사 인수가 유럽자동차 업계의 「신천지」로 기대되고 있는 중·동부유럽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구각국은 자동차보급률이 가장 낮은 폴란드가 인구 1천명당 1백20대,체코가 2백대,구동독이 2백50대(서독 4백25대) 수준으로 자동차가 일반화 돼있다. 그러나 그동안 자동차공업의 답보로 10년 이상씩 적체된 대체 수요 및 잠재수요가 엄청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체코정부가 서방자본유치를 위해 내놓은 스코다사는 동구진출을 노리는 서구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최고의 「노획」대상으로 지목됐다. 스코다사는 다른 동구권메이커들과는 달리 80여년의 축적된 기술력을 갖고 있고 지난 88년 이탈리아 디자이너와 독 스포츠카메이커 포르세의 설계참여로 서구제품에 못지않은 「파보리트」모델을 개발,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측은 이 스코다인수에 실로 거국적 노력을 기울였다.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경제지원등을 내세워 로비를 전개했고,여기에는 금년초 르노와 합작한 볼보자동차의 소속국인 스웨덴도 가세했다.
이에 맞서 폴크스바겐사는 르노측이 투자하겠다고 제안한 1백30억프랑(약 1천8백억원)의 두배가 넘는 95억마르크(약 4천4백억원)를 조건으로 제시,프랑스를 경제력으로 압도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경제·기술력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체제」면에서도 독일측에 패배한 것이라는 지적이 체코측과 프랑스일각에서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지역은 인수전이 고비였던 지난 가을 스코다사 직원노조가 프랑스 르노와의 합병에 반대하는 경고파업을 단행한 것을 대세를 가름한 결정적 요소로 보고 있다.
스코다 직원들의 폴크스바겐 지지는 독일 자동차업계의 평균 근로자임금이 월3천마르크 수준으로 프랑스의 1천9백마르크 수준보다 높은데도 이유가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휴가제도등 각종 근로자복지제도면에서도 독일기업이 훨씬 양호하고 특히 근로자경영참가등 사회민주주의적 노사관계가 프랑스보다 크게 앞서있다는 점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서 이번 스코다사 인수전에서의 독일의 승리는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동구권의 장기적 변화방향과 그 과정에서의 독일의 「유인력」을 상징적으로 설명해주는 주요사례로 평가되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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